'생일' 중에서
시법
아치볼드 매클리시
시는 둥그런 과일처럼
만질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오래된 메달들처럼
딱딱하고
새들의 비상처럼
시는 말을 아껴야 한다.
시는 구체적인 것이지
진실된 것이 아니다.
슬픔의 긴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을 위해서는
비스듬히 기댄 풀잎들과 바다 위 두 개의 불빛
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단지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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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저자의 글쓰기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창작론인 것처럼, 이 시도 시법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시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 내 마음이 '진실된 것'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고, 오감으로 느끼는 것들과 그에 대한 풍부한 표현'에 목마르다.
'생일' 책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읽을 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고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는 예쁜 책이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서점에서 눈에 띄어 샀는데, 마음에 쏙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