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쓴다. 마음이 산란해서 무얼 어떻게 쓸지 가닥이 안 잡혔었다.
지난주 토요일-일요일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왔다. 우리 상담소에서 개설한 심리상담사 2급과정의 마지막 과정인데, 이장호 교수님께서 촉진자로 와주셨다.
아이들을 떼놓고 외박하기는 결혼하고나서 처음이라 들뜨기도 하고 약간은 걱정도 되고, 시간 생긴 김에 팍 다른데로 새어버려? 라는 충동도 잠시 일었다.
요즈음 남편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는데, 상담 가기로 한 날이 다가오면서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금요일에는 옷사줄까? 어디로 갈까? 하면서 같이 사러 가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쇼핑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남편이, 게다가 내 옷을 사러 같이 가겠다니... 자기 옷도 귀찮아서 안사면서...이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 걱정 말라고, 자기가 알아서 잘 돌볼테니까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전화하니까 '엄마 수고하고 오시는데, 맛있는 거 사드리자.'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상담 끝나고 맛있는 거 사 주고, 엊그제는 대전까지 가서 옷을 사줬다.
요즈음 들어 남편이 다정하게 하고, 조금 남은 얼음부스러기는 상담 받으며 스러지니까, 그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던 억울함이 스르르 녹아 내렸다.
앞으로 문제가 또 생기는게 당연하겠지만, 문제가 생기고 상처가 생기면 그것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화와 억울함과 속상함은 100% 내 마음속에서 털어내기로 마음이 먹어졌다. 깨끗이 용서하자. - 해가 서쪽에서 떴으니까!
그러고나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출근도 늦게 하고 해서 나를 답답하게 만들던 남편이 이제는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요즈음 웬지 영화가 재미있어졌다.'면서 상당히 감성적이어진 남편. 가끔씩 우울해 하거나 의욕이 없어 보일 때 안쓰럽다. 내가 상처받은만큼 남편에게 되돌려 주었을 내 마음의 가시들이 이제는 더 잘 보인다.
결혼하기 전부터 늘 마음을 무겁게 만들던, 그래서 답답해서 털어놓을만한 사람만 만나면, 혹은 찾아가 만나서 주요 레파토리로 털어놓곤 했던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불만들... '남편 때문에'라고 생각했던 많은 괴로움들이 사실은 '나 때문에' 생겼고, 커진 면이 있다는 걸 느끼겠다. 마음으로.
상담가가 되겠다는 목표도, 남편에 대한 원망도 마음에서 사라지고 나니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이, 딸꾹질이 멎었을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하달까?
그러고보면 내 주요 관심사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였던만큼, 몇 년간 상담공부와 마음 공부에 집중해서, 그 외에는 화제거리가 별로 없으니 참 재미없는 사람이구나 싶다.
내가 목표가 사라져서 우울하기도 하고 허전하다고 했더니, 나를 잘 아는 오랜 친구가 상담 안하기로 한 거 잘 했다면서 '즐겁게 살기'를 목표로 삼아서 즐겁게 살으라고 '덕담'을 해주었다. 악기도 한가지쯤 배우고 운동도 하고 감정을 분출하고 해소하는 활동을 하라고...그리고 에너지가 되면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해보라고...아줌마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하는 가벼운 봉사활동을...
귀가 솔깃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