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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 전문
정신과 뇌의 기능에 관심을 갖는 한 신경과학자로서 내 입장을 이야기하겠다. 첫째는 단 하나의 세계, 존재론적으로 통합된 물질 세계가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이 세계에 물질과 정신이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두 요소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온갖 종류의 역설을 야기시킬 뿐더러 어떤 근거로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중략) 우리가 뇌활동이라고 부르는 것과 정신적 과정이라 부르는 것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원론이 아니라 일원론이 지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나를 왓슨과 윌슨의 진영으로 떠밀지는 않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를 구성하는 원자들을 하나씩 헤아리는 것만으로 불충분하다.

-220쪽
이 책의 한 페이지를 보라. 여러분은 각 페이지가 연속된 일련의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단어들이 연결되어 문장과 단락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환원주의적 분석은 이 단어들을 하나하나의 글자로 분해시키고, 그 글자들을 다시 흰 종이 위에 찍힌 검은 잉크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으로 분해하는 격이다. 물론 이런 분석도 많은 것을 알려 줄 것이다. 예컨대 그 페이지를 이루는 정확한 구성 성분을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글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단어, 문장, 단락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이야기해 주지 못 한다. 그 의미는 보다 높은 차원의 분석, 다시 말해서 흰 종이 위에 찍힌 검은 잉크의 공간적 분포, 단어들의 패턴과 질서정연한 공간적 배열, 그리고 각 문장들 사이의 순차적 관계 등을 통해서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한 패턴을 해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학이 아니라 언어에 대한 지식이다.-221쪽

- 스티븐 로즈, 로제타석으로 풀어본 뇌와 정신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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