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끼나와 : 슈퍼마켓 주인
민간인들과 일본 군인이 같은 장소에 숨어 있을 경우 어린애가 울면 미군에게 발각된다고 군인이 우는 아이를 죽여버린 경우도 있고, 지레 겁을 먹은 애엄마가 제 손으로 아이를 죽인 일도 있었다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이든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일본군을 '우군' 이라 부른다. -72쪽
"우리는 저 골프장이라는 것이 새로운 미군 기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들에게는 또 하나의 출입금지 구역이니까요."-91쪽
"쇼오이찌는 우리들의 심정을 대변해 준것이지요. 개중에는 복귀 투쟁할 때는 일장기 들고 흔들다가 지금에 와서는 그것을 거부하다니, 웃긴다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그때 우리가 반대했던 것은 미군에 의한 인권 유린이었죠.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은 압박에 저항할 권리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항이지요. 지금 우리가 일장기나 키미가요를 수동적으로 그냥 수용한다면 앞길은 뻔한 거예요. 쇼오이찌는 비록 전후 세대에 속하지만 찌비찌리 동굴*의 교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한 겁니다." -113쪽
3. 나가사끼 : 시장
"패전의 그날, 천황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것 아닌가요. 혹은 오끼나와가 반환되던 날이나, 아니면 천황 나이가 50세 또는 60세 되는 날쯤, 그것도 아니면 천황 재위 50년 60년 되던 때쯤, 희생당한 백성들을 위하여 천황은 스스로 퇴위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내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도 종전기념에, 그 늙으신 몸을 헬리콥터에 싣고 식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죄송합니다' 하고 말할 기회도 잡지 못 하는 그 사람이야말로, 스스로 가장 괴로운 길을 걷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19쪽
"천황 일족을 이세신궁으로 낙향시키는 것이 자손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떨지요?"-231쪽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마는, 쇼오와 시대가 끝나는 때에 붉은 스웨터를 입을까 합니다. 싸움에 나가 죽은 사람들의 핏빛입니다."-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