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후 차차 갬>을 읽은 후 나는 김선희 작가의 팬이 되어가고 있다.
일상에 빠져있다 보면 유년의 기억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데, 김선희 작가는 그것을 다소 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신작 <여우비>를 단번에 선택했다.
도서실에 앉아 읽노라니 혼자 웃다가 코끝이 찡해오다 그렇게 1인 연극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선생님이 왜 저러시나?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하 너희들도 이 책 좀 읽어봐봐!
열 두 살, 문예진.
적다면 적은 나이이나 그 때 나이에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민이 많고 할 일이 많다고 생각되는 때다. 그래서 사랑의 열병에서 엄마를 슬프게 하는 불효까지 온갖 세상일을 다 주관(?)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가장 가까운데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호랑이 장가 가고, 여우 시집 가는 날" 여우비가 내린 그 날에서야 말이다.
김선희 작가의 글은 꼭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등장인물의 속내가 카메라에 찍히듯 순간, 찰나의 감정 표현이 절묘하다. 그래서 박진감 넘치고 진한 감정이입이 쉽게 된다. 그만큼 작가의 역량이 신작이 나올 수록 더 좋아지는 거라 생각된다.
책 속의 유년으로의 여행은 이제 끝났다. 나의 열 두살, 인생의 황금기. 그때를 찾아 기억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