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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oming
  •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 14,400원 (10%800)
  • 2022-02-28
  • : 14,910

이 세상에 엄마와 딸처럼 복잡한 관계가 또 있을까? 주인공이 엄마와 싸울 때마다 기시감이 들어 잠시 괴로웠다가 대학에 가면서 멀리 떨어진 딸에게 보낸 택배를 묘사하는 이 장면에서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비록 우리가 좋게 헤어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큰 상자가 내게 날아와, 엄마의 마음속에서는 내가 절대 멀리 떠나 있지 않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상자에는 달달한 쌀강정이며 스물네 팩으로 낱개 포장된 김과 즉석밥, 새우깡과 빼빼로, 지긋지긋한 구내식당에 가지 않고 몇 주는 버틸 수 있게 해줄 신라면컵이 넉넉히 들어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엄마는 의류 스팀기며 보풀 제거 롤러, 비비 크림, 양말 세트까지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건 좋은 브랜드야"라는 설명을 굳이 덧붙여 보낸, 티제이맥스에서 세일할 때 구입한 치마도. 카우보이 부츠는 부모님이 멕시코로 휴가 여행을 다녀오면서 사와 음식과 함께 내게 부쳐준 것이었다. 그걸 신어보는데 웬일인지 가죽이 이미 부드럽게 길들여져 있었다. 알고 보니 엄마가 그걸 일주일 동안 집안에서 신고 다녔다는 거다. 엄마는 양말을 두 겹 신은 발로 매일 한 시간씩 걸어다니면서 뻣뻣한 신발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만들어놓고, 자기 발바닥으로 평평한 밑창까지 모양을 잡아놓았다. 행여 내가 처음 그걸 신을 때 불편할까봐 말이다."


집 안을 둘러본다. 엄마가 해놓은 밥, 엄마가 빨아놓은 내 옷, 밥 챙겨 먹으라는 문자. 내 곳곳에 엄마가 묻어 있다. 하지만 난 엄마의 마음을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도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난 이 문제를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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