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너무 재미있다. 제목과 부제도 잘 지었고 지콜론북 책들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디자인이 한몫했다. 표지뿐만 아니라 내지에 들어간 일러스트로 편의점 음식을 묘사했는데 엄청난 정성이 느껴진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게 만드는 그런 만듦새를 지녔다. 타칭 편의점 평론가로 불리는 작가의 촘촘하고 재치 있는 글까지. 이 책은 직접 만지고 펼쳐봐야 안다.
저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편의점 리뷰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보니 손님으로 들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점포, 매주 나오는 신상품들, 가끔 진상도 있지만 유쾌한 손님들…. 어느 정도 일에 적응하고 여유가 생기니 편의점의 일상을 하나하나 글로 써 모으고 싶었다.” 편의점으로 글 쓸 생각을 하다니. 하긴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쓴 소설로 대박이 난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이란 책도 있었다.
'수입맥주 4캔에 만원' 때문에 편의점을 가장 자주 이용하고 괜히 주전부리 하나가 아쉬워서 그렇게 자주 들렀던 편의점을 보고도 나는 참 별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가는 순간을 기민하게 포착해 풀어내는 이들의 시선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 책이 편슐랭 가이드가 되어 줄지는 모르겠으나 꼭 저자처럼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거나 편의점 사장님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감상이 궁금하다. 사실 편의점에서는 매번 사는 것만 사는데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선택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