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레 요코의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는 ‘하루하루가 쾌적한 생활의 기술’이라는 부제에 맞게 음식, 집, 옷, 건강, 돈, 일, 취미, 인간관계로 내용이 나뉜다. 초반에는 작가의 사생활을 디테일하게 엿보는 느낌이 강하다. 여성 1인 가구의 집안 관리 팁을 얻을 수도 있겠으나 현재 그녀와 같은 환경에 놓이거나 일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영화 원작 소설로 많이 알려진 『카모메 식당』이 무레 요코의 대표작인데 정작 그녀의 커리어는 소설가가 아닌 영세 출판사의 사원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책을 좋아하기에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도, 사실 제일 하고 싶은 일은 기모노를 입은 채 책에 둘러싸인 고서점 주인이라는 것도. 그녀는 인생에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는 대신 끊임없이 일하며 때로는 우연이 자신을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회사에서의 경험을 빌어 프로의 자세를 잃지 않고 일하는 점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편집자 출신의 작가들이 마감만큼은 어기지 않는다는 일화는 꽤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인간관계’ 파트에서는 특히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 어쩌면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에게서 느낀 애증의 감정 때문에 일찍이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단정하고 깔끔한 생활을 유지한다는 걸 넘어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