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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oming
  • 감염도시
  • 스티븐 존슨
  • 14,220원 (10%790)
  • 2020-04-10
  • : 939

『감염 도시』를 선택한데에는 무엇보다 김명남 번역가의 작업으로 옮겨진 텍스트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Ghost Map’이고 지금의 개정판 형태로 나오기 전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감염지도』라는 이름으로 나왔었다. 감염 ‘도시’가 COVID-19 세계를 대변하기에 더 적절하고 시의성을 포함하는 제목이기에 새롭게 바뀐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하지만 원제를 그대로 살린 감염‘지도’가 이 책의 정체성을 정확히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감염지도는 1854년 런던에서 재유행한 콜레라의 감염요인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자 역학조사라는 당시로서는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인 방법론이 충실히 이행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업적을 달성시킨 인물이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과 철자 하나만 다른 존 스노라는 의사였다.


19세기 런던의 도시풍경이라던가 특정 지역에만 몰린 감염의 전말을 파헤쳐가는 밀도 있는 전개방식 자체가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존 스노가 택한 조사방법론의 특징을 분석한 문장들에 가장 눈길이 갔다. “스노는 진정으로 통섭을 추구한 사상가였다.”, “스노의 연구는 특정 차원의 조사로 얻은 자료를 통해 다른 차원의 현상을 예측해봄으로써 상이한 학제 간에 끊임없이 다리를 놓는 작업이었고, 아직 정식 학제로 정립되지 않은 분야들도 포함했다.”, “스노는 개별적이고 고립된 현상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 대신 사슬이나 망 같은 현상과 서로 다른 차원을 가로지르는 현상에 관심이 있었다. 그의 마음은 분자에서 세포로, 뇌에서 기계로 서슴없이 옮겨 다녔다. 스노가 갓 태동한 분야에 대해서 깜짝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런 통섭적 태도 때문이었다.” 요새로 따지면 그는 완벽한 ‘융합형 인재’가 아니었을까. 태도의 중요성을 이런 식으로 다시금 깨닫는다.


“브로드 가에서 죽어간 불운한 영혼들과 마찬가지로 스노도 일련의 사회적, 역사적 매개 현상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었고, 그 덕분에 통찰을 얻을 수도 있었다. 스노가 아무리 똑똑해도 산업 도시 런던의 인구 밀도가 높지 않고, 파의 통계 관리가 엄밀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스노가 노동자 집안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이론을 입증하기는커녕 어쩌면 애초에 생각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위대한 지적 돌파구는 보통 이렇게 열린다. 고립된 천재가 실험실에 혼자 있다가 문득 발견의 순간을 맞는 것도 아니고, 앞선 것들 위에 딱 하나 더 쌓아 올리는 작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를 맹목적으로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성취가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의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중요한 기점이 되는 일들은 모두 이런 합들이 맞아떨어짐으로서 실현 가능함을 짚어낸 작가의 예리함이 돋보인다. 『감염 도시』를 향한 감탄은 사건을 풀어낸 존 스노와 그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 스티븐 존슨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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