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의 원제인 ‘Talking To Strangers’는 영화 <클로저>(2004)의 첫 장면을 연상시킨다. 런던 거리 한복판, 두 낯선 남녀가 마주보며 걸어오고 있다. 그들은 수많은 인파 속 서로를 뚜렷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마치 아는 사이인 것처럼. 교통신호를 잘못 파악한 미국 여자 앨리스가 차에 부딪혀 쓰러진다. 잠깐 정신을 잃고 나서 다시 시야에 들어온 남자 댄의 얼굴을 보자 그녀가 말한다. “Hello Stranger.” 『타인의 해석』은 낯선 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현대 사회의 악명 높은 사건들이 범한 오류를 근거로 새롭게 제시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를 제대로 정독한 경우는 이번 신간 『타인의 해석』이 유일하다. 갖고 있는 책도 『아웃라이어』가 전부였다. 그의 글을 읽으며 가장 감탄한 부분은 작가 소개에 쓰여 있듯 그의 ‘차별화된 이슈를 고르는 탁월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 이슈를 효과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시작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여행지에서 낯선 이와 흥미롭게 대화를 주고받은 일화를 소개하며 자연스레 책의 포문을 연다. 다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인 ‘샌드라 블랜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책 전체에 걸쳐 이 하나의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1부 ‘거짓말의 정체: 두 가지 수수께끼’에는 “낯선 이가 우리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할까?”, “낯선 이를 직접 만나면 만나지 않는 것보다 그 사람을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그에 대한 답이 2부, 3부에 걸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샌드라 블랜드 사건’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사건들이 일종의 고리로서 역할 한다는 것을 염두 해야 한다. 그리고 작가는 계속해서 앞선 사건들을 끌어들여 우리를 상기시킨다.
말콤 글래드웰이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사건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험이나 이론을 제시하고 다시 그 사건으로 돌아간다. 2부 ‘진실기본값 이론의 승리’에서는 3장의 쿠바 스파이 애나 몬테스 사건, 3부 ‘투명성 가정의 실패’에서는 6장의 <프렌즈>의 연기에 대한 설명을 예로 하겠다. 국방정보국에서 일한 애나 몬테스가 쿠바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미국이 놓친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 팀 러바인의 거짓말 실험을 근거로 설명한다. 우리는 낯선 이가 진실하다는 것을 기본으로 가정한다는 ‘진실기본값 이론’이 결론이었다. 4장의 메이도프 사기 사건과 5장의 펜실베니아주립대학 풋볼팀 코치 제리 샌더스키 사건도 ‘진실기본값 이론’에 의해 설명되었다. 샌더스키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중에 또 다른 아동학대 사건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래리 나사르 사건이었고 로즈마리 아퀄리나 판사가 175년형을 선고하고 그의 피해자 중 한명인 카일 스티븐스가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려 돌아온다.”라고 말했던 바로 그 사건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기발했던 것은 바로 <프렌즈>의 투명한 연기에 대한 것이었다. 투명한 연기라니 도대체 그게 무엇인가 싶겠지만 이번에도 역시 명백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안면 동작 부호화 시스템을 통해 배우의 표정이 특정한 감정을 확실히 표현했기에 <프렌즈>는 소리를 끄고 보아도 드라마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투명성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즉 표정이 모든 감정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투명성 신화’를 믿고 있기에 판단의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주장이다. 7장의 아만다 녹스 사건과 8장의 스탠퍼드대학 사교클럽 파티 사건의 결말이 이를 대변한다.
5부 결합의 파괴 중 실비아 플라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고통스러웠다. 그의 자살의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민경 임상심리 전문가의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를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하여간 말콤 글래드웰은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 ‘결합’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방법(일산화탄소가 나오는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은 것)이 특정한 상황과 맥락, 장소 등의 요인이 결합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자살하는 사례까지 보고 나면 그의 주장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될 것이다. 최후의 변론을 펼치는 12장의 샌드라 블랜드 사건의 전말은 11장의 켄자스시티식 범죄 소탕 작전이 잘못 적용된 경우로 설명되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작가가 마지막 글 ‘한계’에서 밝혔듯 이 책의 탄생의 이유였던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수반되었던 그 모든 일련의 사건과 이론과 실험들이 결국 그 마지막 사건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미스터리이다. 아직은 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