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식물, 사물에도 존재가 깃들어 있다. 바로 ‘정령’이다. 정령은 만물에 녹아 존재한다. 땅과 바람, 음식물쓰레기, 책상, 쌀알에도 정령이 숨 쉰다. 그래서 무당은 쌀알을 뿌린 후 ‘아무렇게나‘ 배열된 쌀알로 점을 본다. 정령의 기운을 읽고 소통하는 것이다.- P121
정령들에게도 한이 있다. 동물들이 공장식 축산으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거대 수산업이 만들어낸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 때문에 바다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인간들이 탄소를 배출하면서 공기가 오염되고, 아마존의 숲을 무차별로 벌목하고 산불을 내면서 바람이 오염된다. 이렇게 땅과 바람에 억눌린 정령들이 터져 나오게 된 현상이 코로나바이러스와 미세먼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멀리서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한이 쌓인 정령들이 바깥으로 터져 나오면서 내는 한숨 소리다.- P121
오랫동안 궁금했다. 산업이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정말 필요한 걸까. 나는 땅의 신 파차마마에게 기도드리며 질문했다. "정말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나요? 희생 없이 공존할 방법은 없나요?" 곧이어 파차마마의 응답이 들렸다. "그래서 사물을 준 거야. 물, 불, 공기, 흙․ 다른 말로 나무, 불, 흙, 금, 물. 그러니까 의자 하나도 소중히 다루고 쓰레기 하나에도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면 돼. 물건 함부로 대하면 다 되돌아오는 거야. - P122
그래서 지금 지구가 아픈 거고. 사물들도 아픔을 느껴. 그래도 너회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 살림이 거덜 나고 있어. 로봇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도 다 좋은데, 그 사물 같은 존재들에게도 무의식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린(땅은) 너네가 무엇이든 아끼는 마음으로 쓰길 바랄 뿐이야. 너네 때문에 덜덜 떨고 있는 사물들도 있다는 걸, 사물화된 존재들이 울고 있다는 걸 잊지 마. 사물에게 잘하잖아? 그럼 사물이 보답한다, 그게 이치야."-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