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빛 작가의 <다음 공을 던질 차례>를 읽어보았습니다. 읽는 내내 이른바 '요즘 나온 동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최근 출간되는 동화들은 마법이나 상상의 동물 같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하나쯤 뼈대로 삼는 경우가 많고, 삽화 역시 웹툰 같은 만화체가 많지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도 곁에 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다음 공을 던질 차례>는 네 편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 동화집입니다. 네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인물과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몇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등장인물이 모두 가족과 관련된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표제작인 '다음 공을 던질 차례'의 주인공 은효는 부모님의 부재로 고모와 함께 살고 있어요. 마지막 이야기인 '새 가족'은 어른들의 재혼으로 새롭게 가족이 된 은서와 도하의 관계를 다룹니다. 제목에 쓰인 '새'가 하늘을 나는 동물(Bird)과 새로움(New)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절묘하게 겹쳐 놓았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스스로 곱씹고 헤쳐 나갈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역시 앞서 말한 '요즘 동화 같지 않은 느낌'과 이어집니다. 현실의 아이들은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상을 살고 많은 동화 역시 그런 현실의 흐름을 반영하곤 합니다. 하지만 <다음 공을 던질 차례>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기도 하고, 때로는 뛰어다니고 방황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 단단한 시간 덕분에 아이들의 상처는 곪지 않고, 비록 흉터가 남을지라도 단단하고 예쁘게 아물어 갑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 관계'는 결핍이나 놀림거리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을 이루는 삶의 한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거친 연필 선과 맑은 수채화 물감이 어우러진 삽화도 눈길을 붙잡습니다.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직관적인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자연이 주된 배경이다 보니 하늘과 바다가 자주 등장하는데, 큰 붓으로 쓱쓱 문지른 듯한 색의 번짐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다음 공을 던질 차례>는 조금은 예스러운 질감과 온도를 품은 채 오늘날 아이들이 겪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마법보다 효과적인 해답인 '스스로 고민할 시간과 공간'을 제안합니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자신의 고민을 스스로 찬찬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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