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 끝나면 이사 갈 거야!>는 '고양이 해결사 깜냥'시리즈로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홍민정 작가의 중편 동화입니다. 홍민정 작가의 이전 책들을 읽으며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해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빚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곤 했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 장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보름이는 일가친척들과 한 동네에 모여 삽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니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 친척 집에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요. 그 모습이 내심 부러워진 보름이는 스스로 이사를 가겠다는 당찬 결심을 합니다. '어른들은 사정이 많아 이사를 갈 수 없으니 내가 이사를 가서 방학 때 친척들을 보러 오면 되겠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요. 이야기는 5교시가 끝난 후 보름이가 짐을 꾸려 이사를 떠나는 반나절 동안의 소동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보름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름이가 숨 쉬고 살아가는 마을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책 표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마을의 다정다감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학교와 사과밭, 슈퍼와 마을회관, 세탁소까지 정겨운 동네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삽화를 감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보름이네 마을로 툭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꼼꼼히 꾸린 이삿짐을 가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동안 보름이는 수많은 마을 어른들을 만납니다. 이 다정한 어른들은 불룩한 가방을 멘 아이에게 어디 가느냐고 꼬치꼬치 캐묻거나 섣불리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저 손에 간식을 쥐여 주고 다정한 말을 건넬 뿐이에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뒤에서 지켜봐주는 것. 어른의 역할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하고, 책장을 덮으며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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