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민 작가의 <숨 참고 슛오프>는 동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양궁'을 소재로 한 동화입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양궁 경기와 활을 쏘는 순간의 세밀한 묘사들은 읽는 내내 진짜 경기를 보는 것처럼 집중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작품은 주인공 다희와 옛 친구 영서 사이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큰 축으로 다루며, 엘리트 스포츠를 하는 학생 선수들 간의 학교 폭력 문제도 짚어냅니다.
하지만 이 동화의 진짜 '중심'에는 양궁이라는 스포츠도, 잔뜩 얽힌 친구 관계도, 날카로운 사회 고발도 자리 잡고 있지 않습니다. 중심추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잡히지 않아서 사실 이 책의 서평을 뭐라고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몇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책의 뒤표지에 적힌 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양궁이 과녁과 승부를 보는 스포츠라서 마음에 든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비로소 글의 갈피가 잡히는 듯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희와 영서, 혹은 다희와 봉식이, 혹은 부모님과의 관계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과 해결'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다희가, 봉식이가, 그리고 영서가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홀로서기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님이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양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양궁은 타인과의 치열한 대결보다도, 결국 내가 쏜 화살이 얼마나 과녁의 중앙에 가까이 다가가는가로 판가름 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책은 다희가 앞으로도 양궁을 계속할 것인지, 영서와의 관계는 어떻게 진전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 과녁을 향해 곧게 날아가듯 세 사람이 흐릿해진 과거의 일들을 털어 버리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만을 확실히 전합니다.
어떤 책은 읽자마자 메시지가 명쾌하게 다가오지만 또 어떤 책은 책장을 덮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후에야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제게 <숨 참고 슛오프>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서평을 쓰기 위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작품의 진짜 모습을 알아채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번에 속이 시원해지는 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마음속에 오래도록 깊은 잔상을 남기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여러분의 마음속 과녁에는 어떤 자국이 남게 될지 궁금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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