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인상은 '가볍다'였습니다. 비슷한 크기와 두께의 다른 책들에 비해 손에 들었을 때 유독 가볍게 느껴졌는데, 어쩌면 그 무게조차 의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번아웃이 오면 세상 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질 테니까요. 번아웃이 온 청소년이 책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이렇게 만들었나 하고, 많이 앞서나간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번아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덕분에 저도 번아웃과 일반적인 우울의 차이,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 과정 등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공교육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읽는 내내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의 일들로 우울감이 생긴 학생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우울감의 원인을 모두 학교 탓으로만 돌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영국의 학교와 사회 사정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 말미의 '어른들을 위한 청소년 번아웃 가이드'와 이길보라 감독의 추천사를 읽으며 이런 걱정은 조금 사그라들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청소년 번아웃 가이드'에서는 지금 시대의 청소년들이 어떤 과정을 겪고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길보라 감독의 추천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학교 밖의 길을 찾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저 역시 '정상성'이라는 틀과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과도한 업무로 번아웃이 온 어른이 일을 멈추고 쉼을 통해 번아웃에서 회복된 후 또다시 같은 업무로 돌아가지 않듯, 학교와 학원으로 번아웃이 온 청소년이 우선은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번아웃에서 빠져나왔다고 해서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동의합니다. 또한 '믿을 만한 어른 또는 멘토'와 상의하되 그 대상이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를 인터넷상의 누군가여서는 안 된다는 점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세 가지 번아웃 해독제는 내가 내 삶을 이끌어 간다는 감각, 나에게 의미 일을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입니다. 석차를 매기기 위해 학교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에 온 신경이 곤두선 채 온종일 학원 일정에 끌려다니는 청소년은 현실 세계에서 결코 이러한 감각들을 갖출 수 없습니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을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서 찾다가 위험에 처하는 청소년에 대한 뉴스도 종종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부디 이 책을 청소년과 보호자가 함께 읽고, 마음의 무게를 덜 깊은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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