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무실 한구석에는 커다란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그 존재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바쁘게 오고 가는 우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할지 새삼스레 눈길이 갑니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의 화자인 식물들은 실내에서 자라는 관엽식물입니다. 이들은 길가에 있는 가로수나 산에 핀 식물들보다 훨씬 더 가깝게 인간의 삶에 맞닿아 있습니다. 책은 실내 식물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의 일상을 그려냅니다. 채색의 결이 고스란히 보이는 따뜻한 손그림 삽화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식물의 입장이 되어 인간의 삶을 관찰하게 됩니다. 책 속 일상은 말 그대로 '평범한 하루'지만, 화분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낯설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림책의 묘미는 본문뿐만 아니라 면지에서도 발견되곤 합니다. 이 책의 앞쪽 면지에는 빈 화분이, 뒤쪽 면지에는 식물이 심긴 화분이 그려져 있어요. 이렇게 앞뒤 면지의 구성을 다르게 해서 서사를 완성하는 책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독자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을 만든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은 흔하지만, 식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토록 정밀하게 그들의 시선을 담아낸 책은 드뭅니다. 특히 식물을 의인화한 것이 아니라 '식물 그 자체'의 시선을 그린 책은 더욱 그렇지요. 교실도서관은 채울 수 있는 장서의 양이 한정적이라 책 한 권을 고를 때도 신중해집니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는 학생들이 편하게 자주 찾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 준다는 점만으로도 오래 남겨두고 싶은 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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