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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

비엘장르소설 장인이며 일반소설을 쓰면서 나오키상을 연달아 받아 일본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된 이치오 미치의 퀴어소설이다. 비엘이나 퀴어나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드라마가 이제는 그닥 낯설지가 않지만 이 소설은 그런쪽의 비중을 실었다기보다는 사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인연과 운명 혹은 숙명적인 만남을 다루고 있다. 이작가의 글은 처음이지만 심리적인 갈등과 변화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든다.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소녀, 유즈와 카논. 낯선곳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간 엄마를 기다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일곱살 두 소녀는 짧은 만남이지만 서로에게 강렬한 추억을 남기고 뜻하지 않게 이별하게 된다. 두소녀는 열다섯이 되어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또다시 서로에게 엮이게 된다. 이 역시 짧은 만남으로 다시 헤어지게 되지만 가정을 이루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스물아홉에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두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캐논 변주곡이 참 닮아 있다.

집안 환경이 나쁜건 아니지만 정없는 엄마아빠로 인해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즈, 집안 환경도 열악한데다 아빠없이 태어나 엄마에게 홀대 받으며 자라 오히려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카논,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소녀가 운명의 수레바퀴에 의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서로에 대한 소중한 감정을 깨닫고 감춰진 비밀을 들춰내고 귀여운 복수를 함께 하는등의 여정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우리는 계속 이런식일지도 모른다. 잠깐의 소소한 행복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캐논, 그렇다면 다음 음표의 위치는 이미 정해져 있다. ‘

소리는 없지만 배경음악으로 캐논이 깔리고 비상호출기와 뱃지등의 작고 소소한 것들을 곳곳에 배치해두어 적절히 이야기속에 집어 넣고 끄집어 내는 방식들이 이야기를 꽤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엇갈리는 운명속에 두 소녀는 과연 함께 할 수 있을까?

 
#일본소설 #사춘기 #썸 #비밀 #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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