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버니의 서재
  • 아빠라는 남자
  • 마스다 미리
  • 10,350원 (10%570)
  • 2020-05-25
  • : 450

"가까이에 있지만 잘 몰랐던, 아빠라는 사람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자식들은 생각보다 더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어느 집이든 딸과 아빠의 관계는 비슷하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감정이나 감각들이 '집마다' 다르기보다, 어쩌면 '시대'에 따라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나이를 먹어선지, 요즘은 부모님이 부모님 그 자체로 보이기 보다 각각의 사람으로서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런 감각을 더 잘 이끌어 내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총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아빠를 아빠로만 보기보다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주관적인 느낌으로서 생각하는 아빠라는 존재가 평소 귀찮으면서도 불편한 존재였다면,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는 느낌은 조금 달리 다가왔다.


뭉뚱그려서 보는 아빠라는 존재는 별다른 개성이 보이지 않았는데, 객관적으로 보는 아빠의 모습은 귀엽고 또 때론 엉뚱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나이 든 부모님 댁을 자주 방문하여 느낀 아빠라는 사람에 대한 소감을 솔직하게 글과 그림으로 나타냈는데, 읽으면서 은근히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



=====

인상적인 에피소드

=====


-----

아빠는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람일 텐데 몹시 먼 사람 같기도 하다.

딸을 편하게 대하지 못할 때면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14페이지 中

-----


대부분의 딸들이 대부분 나이가 들면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느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한 느낌이 드는 사람. 그 이름 바로 아빠가 아닐까.



-----

우리 아빠는 외출했다 들어와도 손을 씻지 않는다.

아버지가 노후에 갖게 된 취미는 야채 재배와 그라운드골프. 둘 다 야외에서 하는 일이니 땀도 흘리고 손도 더러워질 터다.


그런데 아버지는 집에 오면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식탁으로 직행한다.

불결하단 생각이 든다.

(...)

손을 씻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귀찮아서다.

(...)

내가 귀성할 때마다 아버지는 당신이 키운 야채를 먹이려고 안달이다. 그건 좋다.

(...)

단, 한 가지 난처한 것이 '무즙'이다.

(...)

아버지는 때때로 손수 강판에 간 무즙을 권한다.

하지만 나는 주저하게 된다.

(...)

"괜찮아요." 내가 신속하게 거절하면 "그래? 맛있는데" 하고 아버지는 서운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20~21페이지 中

-----


아빠 라기 보다 많은 남성들의 안 좋은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손 씻기가 잘되지 않는다는 부분인데, 그런 점에서 공감이 많이 가는 에피소드라 가지고 와 봤다.


모를 때는 모르는 채로 넘길 수 있을지 모르나, 머리 굵은 딸 입장에서 손을 잘 씻지 않는 아빠가 만들어주는 음식은 어쩐지 꺼려진다.


서운한 표정을 지어도 어쩔 수 없다. ㅠㅠ



-----

아버지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이미 물리도록 들었다.

(...)

아버지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결국 대게 '쌀'로 이어진다. 쌀밥에 대한 설움으로 화제가 넘어가면, 감정이 북받친 나머지 좁은 집 안에서 늘 목소리가 커져버린다.

나도 동생도 "아, 또야" 하면서 티 안 나게 자리를 뜨지만, 아마 몇 번을 말해도 모자랄 만큼 아버지한테는 사무치는 경험이었으리라.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어도 진정으로 배고파본 경험이 없는 내가 온전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 싶다.

46~47페이지 中

-----


집집마다 이런 에피소드 하나씩 있지 않을까? '아 또야' 하는 에피소드.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자식들은 아빠의 그런 이야기에 깊게 공감할 수 없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이 부분은 매 세대를 거치면서 반복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

아버지가 처음 장기 출장을 떠나자 어쩐지 쓸쓸해져서 이불 속에서 훌쩍훌쩍 울었다.

하지만...

아버지 없는 생활에는 순식간에 익숙해졌다. 엄마와 나와 동생. 여자 셋, 마음 편한 생활. 성미 급한 사람도 없고 뭐든 자기 맘대로 하는 사람도 없다.

집에 한 대뿐인 텔레비전도 아버지가 있을 때는 아버지가 보고 싶거나 아버지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만 볼 수 있었다.

(...)

그런 연유로, 여자끼리의 생활에 익숙해졌을 즈음 아버지가 돌아오면 '또 얼른 출장 안 가시나' 하고 내심 바랐던 어린 딸들. 어쩌면, 엄마도?

생각해 보면 어쩐지 좀 불쌍한 아빠였다.

59페이지 中

-----


어쩐지 공감이 가면서도 웃픈 에피소드다. 강압적이고 제멋대로 구는 아버지가 늘 자리를 지키다가 처음 자리를 비울 때는 훌쩍거리며 서운해했으면서, 막상 그 시간이 익숙해지자 이제는 오히려 자리를 지키는 아빠가 빨리 자리를 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


생각해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에 어쩐지 행복해지는 이중적인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

마무리

=====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고민 없이 쏙쏙 골라 가져온 책인데, 생각할 거리와 공감 가는 포인트들이 은근히 많았다. 살면서 부모님은 그냥 부모님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덕분에 나 역시 부모님이라는 틀을 깨고 한 사람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어쩌면 저자처럼 아빠의 장단점이 여러모로 웃픈 에피소드로 다가오거나, 아니면 아빠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가까운 사이지만 생각보다 잘 모르는 아빠라는 존재.

저자처럼 조금 떨어져 아빠라는 존재를 살펴보다 보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시간들은 후에 자식으로서도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기에 한 번쯤 추천해 본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