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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의 서재
  • 나의 빛나는 삶
  • 마일스 프랭클린
  • 17,100원 (10%950)
  • 2026-01-30
  • : 460

"불평등의 시대 속, 자신의 인생을 찾는 걸 선택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읽는 내내 유쾌한 입담과 말맛으로 행복했던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찰지게 입에 달라붙는 내용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감정적 표현에 있어서는 유독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1901년 작품으로, 저자가 19세의 나이에 쓴 첫 소설인데, 1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현대문학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시빌라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는데,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가장 사랑받고 신뢰를 주어야 할 직계가족으로부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해 끝까지 자신의 외모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갖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의 취향과 커리어를 위해 끝까지 나아가는 모습은 당차면서도, 사랑을 끝내 선택지로 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어린 시절을 보낸 캐더갓, 그리고 꿈과 희망을 향해 이주했지만 가난과 고통만 뒤따랐던 포섬 걸리, 마지막으로 그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해럴드 비첨의 이야기까지 함께 만나보자.


총 38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19세기 말 성 불평등이 심각하던 시절 '나만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로, 저자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시빌라의 성장과 내면, 그리고 꿈과 커리어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당시 여성은 결혼과 사랑을 인생의 목표로 삼던 시대였지만, 시빌라는 사랑보다 자신의 삶을 고집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그녀는 그러한 욕망과 꿈을 그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홀로 품으며 자신의 삶을 다져간다. 이후 결혼을 단념시키기 위해서야 비로소 해럴드에게 글을 쓰고 있다고 고백한다.


가난으로 인해 비참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한편으로 눈물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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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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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갓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곳


□포섬 걸리

-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고 싶어 포섬 걸리로 이사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허황된 생각이었음

-따분한 곳이었으며, 이후 극심한 가뭄으로 모두가 가난하게 살아감

-여성들이 캐더갓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함


■아버지(리처드 멜빈)

-한때 꽤 잘나가던 분으로 브루가브롱과 빈빈 이스트, 빈빈 웨스트 세 곳의 목장을 소유, 그 규모가 도합 810평방킬로미터에 달했음

-가진 게 많아 '귀족' 대우를 받았지만 혈통으로 치면 겨우 할아버지 한 분밖에 계시지 않음

-붙임성 좋고 인심도 후해 누구에게나 환영받음

-포섬 걸리로 이사 후 사람이 완전히 바뀜


■어머니(루시 보시에르)

-진짜 귀족으로 캐더갓의 보시에 집안 출신. 선조 중에는 영국을 침공한 윌리엄 정복왕과 함께했던 악명 높은 해적도 있었음

-시빌라와는 극과 극


■시빌라 페넬로페 멜빈

-나이, 인종, 직업 등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똑같이 대함.

-캐더갓에 살 때만 해도 아버지는 시빌라에게 영웅이자 친구, 백과사전, 동료, 신앙과도 같은 존재였음. 하지만 열 살 이후 포섬 걸리로 이사한 후 모든 것이 달라짐

-155센티에 작고 아담한 사이즈

-노래, 연극 등 예체능계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음

-결혼에 대해 회의적

-직계가족을 제외하면 타인들은 그녀를 매력적이고 재능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함


■쌍둥이 동생

-거티와 호러스

-시빌라보다 열한 달 늦게 태어난 동생


■헬렌 이모

-예쁘고 우아함

-시빌라의 마음을 잘 헤아려줌

-이혼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캐더갓에서 살고 있음


■줄리어스 삼촌(줄리어스 존 보시에=제이제이)

-덩치가 크고 뚱뚱하며 다정한 사십 대 독신 남자

-여자들을 좋아해서 한 명에게 정착하지 못함

-사업에 정직했고, 남에게 후했으며, 누구에게나 인기 있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에버러드 그레이

-할머니가 입양한 아들로 영국인 귀족 부모 사이에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가 일찍 세상을 뜨면서 할머니의 양자가 됨

-할머니는 소년을 잘 교육시켰고 현재는 시드니에서 촉망받는 변호사로 근무 중

-시빌라의 재능을 알아보고 시드니에서 데뷔하기를 바라지만, 할머니의 반대가 심함


■해럴드 오거스터스 비첨

-스물다섯

-파이브 밥 다운스의 소유자로 여러 곳에 목장을 소유한 부자

-독신 남자

-시빌라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그리고 유일한 연인

-1896년 12월 21일 파산으로 인해 파이브 밥의 주인 자리에서 내려옴

-이후 극적으로 다시 부자가 됨


■맥스왓 가족

-잠시 시빌라가 가정교사로 지내던 곳으로 바니스 갭에 위치

-총 열두 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세명이 사망해서 현재는 아홉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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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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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은 19세기 말 호주를 배경으로, 주체적인 삶을 갈망하는 한 여성의 성장과 내적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시빌라는 가난한 농가에서 자라며 결혼과 안정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당시 사회의 통념과 달리,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자 한다.


눈여겨볼 부분 몇 가지를 꼽자면, 가장 먼저 시빌라와 가족 간의 관계다. 유난히 거친 말들이 오가고, 가족 사이에 흔히 기대되는 끈끈한 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시빌라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갖지 못하게 된다.


두 번째는 시빌라가 사랑해 마지않는 캐더갓의 대자연이다. 이 작품에서는 캐더갓의 풍경이 자주 텍스트로 펼쳐지는데,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드넓은 자연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준다.


세 번째는 숨겨져 있던 시빌라의 재능이 펼쳐지는 부분이다. 가족들과 함께 살 때조차 혼자서만 꽁꽁 숨기며 혼자 즐겼던 그녀의 재능이, 가족들과 떨어져 외할머니 댁에 홀로 머물게 되면서 꽃을 피운다. 노래, 악기, 연극 등 다방면에서 출중했을 뿐 아니라, 몸매마저 눈에 띄어 그녀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빠져들게 된다.


네 번째는 해럴드 비첨과의 밀당 아닌 밀당 속에서 은근하고 애틋하게 펼쳐지는 연애 이야기다. 줄 듯 말 듯 알 수 없는 속마음, 거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잘 맞았던 둘. 깊이 들여다봐 주고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관계는 읽는 내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어쩌면 후일담처럼, 둘의 인연이 어딘가에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은근히 품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과 결혼이 여성의 삶을 완성시킨다는 관념에 질문을 던지며, 예술가로서, 개인으로서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간다. 시빌라는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선택을 하려 애쓴다.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다소 극단적인 자아 탐색과 꿈을 향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질문이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결혼과 사랑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있어 인생을 바꾸는 체인저 역할을 하기도 하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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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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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놔둡시다. 어차피 크면 여자들 삶을 구속하는 터무니없는 관습대로 살아야 할 테니 지금 어릴 때만이라도 구속하지 말고 키웁시다."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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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갓에 살던 시절, 아버지는 시빌라에게 있어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였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은 가족 모두를 그렇게 만들었다.


덕분에 시빌라는 자신의 기질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표출하며 살 수 있었다. 설사 그것이 부모의 눈에 차지 않거나 시대상과 맞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보아 넘길 수 있는 여유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포섬 걸리로 이사한 뒤 생활이 궁핍해지고 피폐해지면서, 부모는 자식들을 사지로 내몰 듯 돈을 벌어오라 강요했고, 자신들의 이상과 맞지 않는 시빌라를 모욕하고 학대하기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시빌라의 아버지 리처드 멜빈의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불평등한 사회라는 사실을 남자들 역시, 그리고 아버지 또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더 나아가 그 현실이 아버지의 허황된 이주 선택으로부터 일찍 현실이 되었다는 점은 놀라우면서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시빌라에게 있어 가장 빛나던 시절은 어쩌면 캐더갓에서 보냈던 아주 짧은 유년기일지도 모르겠다. 이후 그녀는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깊은 외모 콤플렉스까지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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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의 나는 인간의 나약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아빠를 경멸했다. 내 마음에 남은 건 존경이 아니라 혐오였다.


엄마에 대한 감정은 달랐다. 여자는 결국 남자에게 휘둘리고, 상황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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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섬 걸리에서의 삶은 하루하루 더 심하게 망가져간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술을 마시며 돈을 탕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엄마는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떠안고 있었다.


사회적·시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어온 인물이 시빌라여서였는지, 시빌라는 아버지에 대해서는 경멸과 혐오를 느끼는 한편, 자신을 학대하고 함부로 대하는 엄마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랑을 갈구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한평생 자신을 사랑으로 품어주지 않았던 엄마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적 불평등과 시대적 요인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또 다른 여성으로서 엄마를 바라보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장 이후 시빌라가 부모에 대해 갖게 되는 감정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서서히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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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착한 거티 좀 봐라. 그 아이도 가끔은 말을 안 듣지만, 엄마가 나무라면 잘못을 빌고 후회하잖니? 사람이란 걸 보여주잖아. 넌 그런 게 없어. 넌 인간이 아냐. 그냥 괴물 같아."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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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부모의 말에 복종하고 잘못을 빌어야만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인정하는 엄마의 정신 상태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런 폭언 속에서 엄마는 지속적으로 시빌라를 억압하고 밀어내지만, 시빌라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를 견디며 살아간다. 엄마니까, 가족이니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일찍 도망쳐 나와 살아도 충분히 잘 살았을 것 같은 시빌라다. 그럼에도 시빌라는 도망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도 회피하지 않고, 계속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자신의 욕망과 꿈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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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믿는 힘이 현저히 부족한 인간이었다. 울퉁불퉁한 삶의 여정에서 손을 내밀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사흘 밤낮을 찾아 헤매 다녀도 다시없을 비뚤어진 냉소 주의자, 무신론자가 되어 있었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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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아무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의 사랑 속에 어떤 자리도 차지하고 있지 못했으니까. 나는 불효한 아이였고,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자격도 없었다. 나는 가족의 자랑거리도 아니었고 사랑받을 만한 어떤 자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그들을 향한 사랑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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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왜 그들은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해 줄 수 없는 걸까! 물론 나 스스로 사랑받기 위해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애쓰지 않아도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나는 못생긴 데다 성미를 고약하고, 불만에 찬 쓸모없는 존재로 태어난 걸까?


세상 어디에도 나의 자리는 없는 듯했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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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용 부분은 시빌라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엮은 것이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엄마뿐 아니라 가족들로부터 안정적인 애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성장하면서, 시빌라는 냉소적이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더불어 그는 늘 가족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고, 폭언처럼 내뱉어진 '못생긴 데다 성미도 고약하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긴 채 살아간다. 그 말은 점점 시빌라 자신을 규정하는 언어가 되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그런 사람으로 인식하며 살게 된다.


사실 가족을 제외한 타인들의 눈에 비친 시빌라는, 매우 매력적이고 다양한 재능을 지닌 빛나는 사람이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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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너를 못생겼다고는 안 할 거야. 평범하다고도 안 하지. 널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건 '매력적'이란 말이야."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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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바라본 시빌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녀는 못생기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시빌라가 잠시 캐더갓의 외할머니 집에 머물렀을 때에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여러 남성들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며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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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가진 이들의 몫이라는 것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나는 언제까지고 사랑이라는 세상의 변두리를 떠도는 외로운 존재로 남을 것이었다. 난 혈육들 사이에서도 이방인이었으니까.

3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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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못한 탓에 시빌라는 스스로를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로 규정하고, 평생 세상의 변두리를 떠도는 외로운 존재로 남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음에도, 끝내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만큼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할 정도로 내면의 사유에 갇혀 결혼을 거절하는 모습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빌라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는 사랑과 결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살아왔고, 그 믿음이 너무 깊게 뿌리내려 있어 그것을 깨는 일 자체가 더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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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과 어울릴 때 나는 성별의 차이 따위는 아무런 장벽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성별 자체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남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고, 남자들도 나를 존중해 주었다.

1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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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라는 다양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을 뿐 아니라 몸매도 좋았고, 사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외모와 재능, 그리고 목소리까지 고루 갖춘 인물이었던 듯하다.


특히 여성에게 불평등한 시대였음에도 시빌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평등하게 어울렸고, 그 관계들 사이에는 어떤 불협화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빌라를 존중했고, 서로 어울려 지내는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이런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시빌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 힘을 십분 발휘하며 캐더갓을 휘어잡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포섬 걸리로의 이주 이후, 시빌라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 과정을 통해 환경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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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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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부터 세련된 문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 소설은 광활한 대자연 속 삶부터 궁핍하고 처절한 삶까지를 매우 현실적이고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표현력 또한 뛰어나, 읽다 보면 눈앞에 그 배경이 선명하게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속에는 시빌라라는 매우 매력적인 소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 가족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고, 그 여파는 시빌라를 포함한 가족 모두를 정서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 결과, 이들 사이에서 폭언과 서로를 헐뜯는 말은 일상이 된다.


특히 타인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남다른 재능과 감각을 타고난 시빌라는 당시에는 천대받던 예능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그로 인해 더 많은 학대와 좌절을 겪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시빌라는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 못생기고 쓸모없는 존재로 깊이 인식하게 되고,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도 소극적이 된 채 내적으로 위축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또한 자신에게 애정을 건네는 사람들마저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호의를 조롱이나 기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시빌라만이 지닌 솔직함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통해, 그녀는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이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적·시대적 불평등을 차치하더라도, 살아가는 환경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정서적 여유와 사랑 속에서 성장한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결국 얼마나 큰 격차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지, 시빌라의 삶을 통해 뚜렷하게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음에도 가족과 환경에 의해 억눌려 살아온 시빌라는, 이후 여러 경험과 자기 인식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녀의 이후 삶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그때의 시빌라는 부디 사랑과 결혼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글로 대성하는 작가가 되어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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