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교직생활 경험을 담았으니 교단 일기라고 할 수 있겠고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하고 있으니 독서 에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태권도와 바이올린이라는 중년 여성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취미에 관한 이야기도 많으니 일종의 자기 계발서라도 해도 되겠다. 더구나 교단 경험과 취미 생활 그리고 성찰을 거쳐서 저자 자신이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도 지켜볼 있으니 성장기록으로도 읽힐 수도 있겠다.
자전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책에서 흔히 보일 수 있는 자기 과시나 자기 자랑이 거의 없으며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고 함께 성장해나가겠다는 의도가 뚜렷한 책이다. 저자 김지혜 선생은 본인의 교직 생활과 인생 경로를 담담하게 들려주면서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해주는 힘을 주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태권도와 바이올린>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교단 일기에서 전혀 접하지 못한 깨알 같은 정보가 많다.
단테의 <신곡> 첫 문장이 생각나는 책이다.
인생의 반고비에서 문득 뒤돌아보니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네. 톨스토이도 단테도 인생의 절반쯤 살아보니 문득 가슴속에 찬 바람이 불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생겼고 톨스토이는 <참회록>을 단테는 <신곡>을 집필하였다. 톨스토이와 단테는 글쓰기를 통해서 인생에 대한 회의를 치유하였는데 김지혜 선생의 글을 읽다보니 태권도와 바이올린이 그녀에게는 <참회록>이자 <신곡>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권도와 바이올린>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인생의 고비에서 아픈 상처나 기억을 치유하고 새로운 인생을 모색하여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심오한 철학이나 형이상학적인 가르침 따위로 독자에게 훈계하는 것이 아니고 '성인 태권도 도장 찾는 방법', '좋은 악기 고르는 방법' , '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독서 목록'과 같은 실용적인 팁을 제공한다는 점이 이 책의 독특함이자 장점이겠다. 이런 생활 속 작은 팁이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생의 절정기에서 뒤돌아보니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을 발견한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다가 참 좋은 내용이다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중년에 악기를 시작하면 좋은 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중년이 되면 '늙은 개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없다'는 속설에 매몰되어 새로운 취미나 활동을 찾지 않는다. 그러나 김지혜 선생은 중년이야말로 악기를 배우기에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우선 주머니 사정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한결 나아서 좀 더 좋은 악기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악기를 시작하면 좀 더 좋은 장비를 갈구하기 마련인데 중년은 이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마련된 경우가 많으니 젊은이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둘째 중년은 젊은이에 비해 시간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육아를 끝내고 여유시간이 많아서 고독감이나 허무감마저 느낄 수 있는 중년에 악기를 시작하면 새로운 삶의 활력소마저 맛볼 수 있지 않겠는가.
셋째 중년이 된 부모가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취미 생활을 가지고 뭔가 배운다는 것은 자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든한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미 생활을 해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건강 문제를 따져보았을때는 이보다 더 좋은 노후 대책이 없다. 특히 악기를 다루는 것은 손가락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매우 좋다.그리고 악기 동호회 활동을 더한다면 고독하기 쉬운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