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많은 고뇌와 번민을 한다. 그 고뇌와 번민이 가장 많았던 때를 떠올려봤다. 그 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 할 때, 대학마치고 사회생활 할 때, 결혼 할 때인 것 같은데 이때는 뭔가를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기 때문에, 미래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며 두려웠던 것이다. 누구나가 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는 인생살이라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는데, 청소년기 때는 나에게만 닥치는 시련으로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안정된 자세와 빠른 다리로 촉망받는 마라톤 에이스 마이에 소마는 오른쪽 무릎의 골절로 반년 간 달리기부를 이탈하게 된다. 소마는 자신이 더 이상 달리는 것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달리는 것에 대한 미련도 있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결정할지 모른다. 재활을 하는 도중 육상과 전혀 다른 요리에 눈을 뜬다. 단 한명의 요리부원 이사카 미야코. 미야코의 도움으로 동생 하루마와 아버지가 인정하는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부상 때문에 형제가 다투고 괴로움에 힙싸인 날에는 채소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달콤한 카레, 모의고사 성적이 형편없어 절망적인 날엔 엄청나게 커다란 로스트비프로 자신들을 달랜다. 소마 자신도 놀라울 만큼 요리의 세계에 빠져드는데 요리를 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외면하던 것들을 받아들인다.
동생을 생각하며 달리기를 해야 하는지 안해야 하는지 갈등을 일이키고 있는 소마에게 ‘도망쳐도 된다고 생각해. 달리기로부터도, 동생에게 지는 것으로 부터도.’ 라고 말하는 미야코. 둘이는 음식을 만들며 더없는 기쁨을 느낀다. 또한 소마의 진로에 ‘그렇게 정했으면 나는 이러쿵저러쿵 안 할게.’라고 말하는 담임선생님 미노루의 말은 어찌 생각하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진로는 자신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정하는 것이라 여겨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점이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 헛갈리기도 하고 흐름이 끊기기도 했지만 힘차게 하나하나 이뤄나가며 성장해 가는 소마와 하루마 형제 그리고 미야코를 만나서 즐거웠다.
우리의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너무 빨리 달리면 과부하가 걸리고, 느리게 달리면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직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며, 굴곡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온화한 날씨에만 달리는 것도 아니며, 험한 날씨에만 달리는 것도 아니다. 달리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리고 혼자만의 싸움이다.
제대로 달려라.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달린다는 것은. 재대로 달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 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