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을 하고 나면 참 행복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에서 시작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것을 경험 할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고, 멋있는 사람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스페인과 포루투갈을 여행하고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가우디도 멋진 사람이었다.
<바보 피포>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를 플로렌스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피포는 금으로 눈송이처럼 섬세한 세공품을 만들고, 보석을 햇빛처럼 반짝거리게 가공하는 장인이었다. 아무도 짓고 싶어 하지 않는 낯선 건축물을 스케치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대성당의 돔 설계도를 공개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계도를 들고 가지만 판정관들이 어림없다고 판단하고 내동댕이 쳐 지기도 했다. 하지만 피포는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작업에 몰두했다. 결국 피포의 설계대로 대성당을 짓되 로렌초와 함께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돔 대성당을 지은 사람은 피포였으며, 공사가 끝나고 나서 모든 사람들이 바보 피포가 아니라 ‘천재 피포’라고 외쳤다. 처음으로 돔 형태의 대성당을 건설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의 생각을 관철시켜 돔 형태의 대성당을 16년에 걸쳐 건설한 사람이다.
그림책을 보면 배경이 치마입고 타이즈 신은 남자들과 긴 치마를 입은 여자들 모습에서 15세기의 유럽임을 알 수 있다. 이 그림 속에 피포는 미국의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배우 버스터 키튼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고 그린이가 말한다. 또한 로렌초는 프랑스의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우연하게 닮은 모습으로 그렸다. 이 책의 그림 속에는 그 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실마리들이 많이 담겨 있다. 지오토의 작품에서 따온 두 명의 수도승과 당나귀, 마사치오 작품에서 따온 창문에 앉은 원숭이, 도메니코 기르란다요 작품에서 따온 야생 수퇘지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