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등산이라고는 친구가 가자할때 마지못해 끌려가는 정도로 '즐기고'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잉카말로 험하고 험한이라는 살칸테이를 4일동안 트래킹하게 됐다. 처음엔 그냥 마추피추 가는 거였는데 일이 커져버렸던 것이다. 뭣도 모르고 갔다가 4일동안 극기훈련을 체험하고 돌아오니 산에 가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물론 그 매력이 분명히 있고 나도 맛보았다. 몸을 한계로 밀어내고 산을 올랐을 때, 그리고 그 몸으로 다시 산을 내려왔을 때. 그 성취감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함과 그 고통은 다시 섣부르게 다른 산을 도전하기 전 그 산 만큼의 심적부담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몸을 '굴리고' 돌아와서 다른 산을 보고 곧장 달려가는 사람들의 말을.
아무튼, 산의 저자 장보영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채 오른 지리산을 시작으로 국내외 산들을 등산하는 것에서 나아가 트레일 러닝을 하는 분이었다. 아, 정말 5센티 나가는 것도 힘든 산을 달린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안되지만 여튼 그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는내내 느껴지는 건 작가의 열정이었다. 산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것을 해내고 그 세상에 자신을 내맡겨 좋아하는 것 만큼 흠뻑 취하고 또 그것을 지키려 하는 마음. 산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는듯 하다. 산 스스로 너무 거대해서 어쩌지 못하는 것들도 있지만 산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주고 또 산 나름의 방식으로 그 마음을 돌려주며 서로 더 돈독해지는 듯 하다. 그렇게 그렇게 산을 타는 사람들은 산에서 산으로 가며 산친구를 만들어간다.
살탄테이를 오르며 내리며 그 느낌을 아주 조금 알게됐다. 언젠가는 킬리만자로에 가고 싶다. 그 산은 어떤 산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