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나오면 거의 무조건 산다. 특히 사진이나 일러스트면 리뷰도 안읽고 산다. 매일매일 보고 뽀뽀해주는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지만 남의 고양이 이야기도 듣고 싶고 보고싶다. 도대체 고양이의 이 매력은 어디서 나오길래 이 많은 사람들을 다 홀린걸까.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고는 고양이에 대한 그림이, 이야기가 잔뜩 있을거라 기대했다.
왠걸. 이건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고양이랑 같이 살고 있는 집사의 이야기였다. 아 고양이의 집사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관심없는데. 다행이 책이 얇으니 그냥 읽자.. 하며 읽기 시작했다.
왠걸. 이 소소한 고양이 집사는 얇은 책에 꽤나 깊은 이야기를 그려놓았다. 짧은 글에 비치는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 어떤 책이든 그 글에는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담겨있기 마련이지만, 얇고 고양이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 고양이는 배경인 이 책은 군데군데 '오오' 하는 부분이 꽤나 있었다. 얼른 가서 좋은 구절에 붙여놓는 포스트잇을 들고왔다. 총 여섯 페이지, 기억하고 싶다.
작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나는 너무도 좋아하는 봄날의 햇빛 같은 구절은 작가가 길가의 작은 과일가게 앞에 서서 과일들이 진열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어여쁘다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언제 과일가게의 진열된 과일들을 보며 어여쁘다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무얼 먼저 입에 넣어야할까에 혈안이 되어 형형색색의 동글동글한 과일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이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이런게 부럽다. 나는 과일 = 먹을 것이라는 공식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과일 = 이쁜 것 이라는 다른 공식은 생각이 퍼뜩 안난다. 나는 무엇 = 옆에 많은 것을 쓸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그리고는 예술가의 열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재능이 전부인것 같은 예술계에서도 노력없이 되는건 없다고 한다. 연습하고 않고 되는 것은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노력해야되는거구나. 아아, 나만 못하는게 아니었어.
일상적인, 혹은 세간에서 평균에 못미친다 생각되는 사물들은 이 작가의 눈을 거쳐 더 가치있는 것이 된다. 폐차직전의 고물차를 타고 기분좋게 드라이브를 한다던지 하는. 친구 루이의 이야기랑 왠지 맞아떨어진다. 매일 매일 잘했다 멋지다 말한마디 해주는 친구와 멋지고 어여쁜 것으로 재해석되는 것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고 고양이를 보면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나서 안간힘을 써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다 고결할 수 있다는 것.
좋아하기 때문에 가장 열정적이면서 냉정한 마음이 된다- 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