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쫓기는 마음으로 몇 자라도 적어야 (나의) 역사가 된다는 생각에 끄적여본다. 



처음에 소년, 소녀가 만나는 심쿵한 연애의 떨림? 이 부분만 지나면 그 이후에 도서관장으로 업을 바꾸고 일어나는 일들은 충분히 읽을 만 했고 좋았다. 


매일 '노란 잠수함' 요트파카만 입는 소년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할 처지가 아니다.그렇지만 옷차림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내 일상생활이 흐트러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내 몸의 청결에 충분히 신경을 섰다. 아침마다 말끔히 면도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매일 머리를 감았다. 하루에 세 번은 이를 닦았다. 나는 여전히 습관을 중시하는 깔끔한 독신자였다. 다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계속 같은 스웨터와 바지만 입었더라는 얘기다. 그렇게 같은 옷차림을 유지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어떤 쾌감마저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다. p.486


같은 옷차림을 유지하는데서 어떤 쾌감이 느껴졌다는 문장을 실천하고 싶어졌다. 

안 입는 옷을 대거 가져다 버리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만 남긴채 열심히 빨아 돌려입는다. 당연히 색도 비슷한 무채색 계열... 어떤 루틴을 갖는 다는 것에는 확실히 희열이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요트파카 소년도 그런 일환으로 이해한다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다. 지식욕으로 책을 집어삼킬 듯이 도서관 책장의 책들을 순서대로 읽어가는 모습.. 이런 묘사만 읽는 것으로도 나는 이 소설이 좋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를 떠올리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나이든 하루키의 마음을 짐작하려 나는 자꾸 앞날개의 사진과 문장들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술탄은 베네치아 총독에게 오스만 제국의 힘과 부, 군사력을 과시한 책을 선물하기 위해 에니시테에게 책 제작을 맡기게 된다. 에니시테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장인 오스만과 그의 제자들의 관계가 얽히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범인을 찾는 과정을 아주 자세히 그려낸다. 서양화의 기법을 받아들이고 세밀화가들만의 스타일(개인의 화풍)을 그림에 나타낼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스타일은 드러내지 않은 채 오로지 옛 방식 그대로 전통을 이어갈 것인가,의 갈등이 이 소설을 크게 이끌어가는 힘이다.


서술방식이 독특하게 나는 ~이다.라고 각 꼭지가 구성되면서 각 인물의 입장이 서술 된다. 그래서 사실 범인이 누구인가하는 것은 크게 궁금하지 않고 그림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방식이 때로는 지루함을 느끼게도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세밀화가들이 한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마지막에는 눈이 멀게 되기 까지 하는 인생의 집중, 헌신의 방식이었다. 오르한 파묵의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결국 마지막에 읽게 되었다. 몇 해 전 들었던 김영하의 강연에서 언급되어 찾아본 아주 오랫동안 머리 속에 언제고 읽어야지, 했던 책을 끝낸 후련함.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p.119​


인생에 우여곡절(이라 하기에는 좀 더 어려운)은 있지만 온유하게 타고난 천성으로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던 펄롱에게 어느 날 그가 살아온 인생의 행로와는 다른 무언가가 가슴에 차 오른다. 어쩌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꿀지도 모르는 용기의 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펄롱의 인생을 자잘하게 채우던 일상의 것들. 사소한 것에 눈길이 가고 생각하게 되고 행동하게 되고.. 인생이 바뀌고.. 얇지만 쉬이 읽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우리를 뚫고 지나갈 타인의 감정들을 관찰하는 일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내 자신에게만 매몰되어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내 자신을 잘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기를...

애둘러 말하지 않는 글쓰기. 요즘 읽으니 참 좋다. 차가운 겨울에 어울리는 책. 









우연히 읽었다가 마음에 충격이 가해졌던 책. 그는 가난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자아는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지요, 라고 위로했던 택시기사님의 순진한 위로가 어느 날 나에게도 필요했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 어린 나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함께 했다.











미국인 100명의 포로에 끼어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빌리 필그림은 시간 여행을 통해 미래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제목은 곧 도살할 돼지들을 가두어 두려고 지은 건물(포로 수용소)의 번호. 재밌다고 말해서는 안될 이런 책들은 읽고도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내가 건축 관련 책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라는 형태의 기원이 어떤 문화 때문에 형성된 것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 서두에서 언급하였듯 저자는 우리 건축과 전통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을 둘러싼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의 특성을 다루고자 했다고 하는데, 그 점이 흥미로웠다.








올해는 가을 무렵에 오무라이스 잼잼이 나오지 않게 왜 출간이 늦어지나, 걱정까지 했더랬다. 다행히 해를 넘기지 않고 나와 12월의 선물처럼 주문한 책. 300화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오무라이스이다. 독자들의 축하댓글이 참 따뜻하다. 

몇년 전 싱가포르에 갔을 때 밀로(마일로)를 알게 되었는데 어떤 음료냐고 직원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답은 생각나지 않는다.) 내 유년기에는 밀로에 대한 기억이 없다. 

나이가 있다보니 맛있는 음식도 몸을 생각하게 되는 자기검열이 있는데 ㅎㅎ  이런 문장을 보면 건강은 그냥 타고 나는 것 같다. 


한편 토마스 아저씨는 매일밤 따스한 마일로를 한 잔씩 꼭 마셨고 93살까지 건강하게 사셨단다. p.520


그 밖에 나를 스쳐간 책으로는...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4321>, <펠리시아의 여정>, <사나운 애착>... 권수에 집착하지 않고 적은 책도 오래 생각하며 읽자라는 핑계를... 걷어치우고 우선은 많이 읽어보겠다는 결심을 올해도 세워봅니다 ^^;;; 더불어 집에 사둔 책 5권 읽으면 신간 1권 사기도 실천해보려고 해요 ㅠㅠ


늦었지만 제 서재에 들러주시는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북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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