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여름을 본격적으로 앞두고 읽은 책들을 정리해본다. 마음이 스산할 때는 뭔가를 정리하고 싶은데.. 정리할 것이 유일한 취미인 독서뿐이므로..



함정임의 에세이를 참 좋아해서 나오면 바로 사서 다 보는데 소설은 처음 읽는 것 같다. 단편 소설들의 제목이기도한 많은 장소들은 방랑하는 작가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다. 꺼내기 힘들 것 같은 인생의 어떤 순간들을 담담히 글로 표현해낸 단편들도 있다. 행간에 숨은 의미가 있을까, 다시 읽고 다시 읽는 순간들이 소중하고 좋았다. 연민의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해온 사랑은 사랑을 사랑해온 것이라고 했다. 이 의미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읽으면 이 책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게될까. 








책 마지막 부분에서야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 실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쎄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디 늦가을 숲 속을 하루종일 지치도록 헤매고 다닌 듯한 기분. 나른한 피곤함. 그런대도 너무나 지치지 않고 푹 쉰 느낌?


늘 너무나 빠르게 살려 노력하고, 너무나 많이 보고 읽고, 너무나 많이 먹고... 그런 것들을 다 훌훌 털어버리고 단순하게 이 책의 묘사와 같이 살고 싶다. 써놓고도 너무 추상적이네;;;







사실 시는 잘 읽지 않지만, 신형철의 이 책은 참 좋았다. 새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을 보며 느끼게 된 점들이 글에 많이 녹아 있는데 나 역시 그런 과정을 지나고 있어서 인지 아주 자주 뭉클하게 되는 그런 지점들이 있었다고나 할까. 내가 기다리던 문장들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명철함. 그게 신형철의 매력인 것 같다. 문학이지만 수학 같은 아주 오묘한....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오, 윌리엄!>을 연달아 읽었다. 드넓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소중한 이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랑하며 죽게 되는 것일까. 함께 살며 무언가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지만 그 뒷면에 감춰진 생의 이면들은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 것일까. 그저 짐작하고 애처로워하고 때론 분노하며 살아갈뿐 너는 내가 아니므로... 그 감춰진 생의 이면을 이해하려 하는 인물들의 마음만을 생각해도 나는 쉽게 아픔이 밀려온다. 어쩌면 루시 바턴의 마음을 내가 너무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오 모든 이여, 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그런 의미는 아닌가?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빼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p.293



맛있는 것만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책


요즘 한국소설 특히 단편소설을 읽는 게 재밌어졌다. 함정임의 단편을 읽으며 역시 모국어가 좋지. 그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김애란의 <홈 파티>를 읽으면서는 소설가로서의 존재감, 김애란의 소설은 철저하게 계획되어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를 좋게 읽고 검색해보니 <초급 한국어>가 있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왔다. 그러고보니 나는 유학파? 소설가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마침 <중급 한국어>도 나왔네!! 더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가 발견.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도 좋았다. 나는 평범하지만 무언가 열심히 반복하는 일들을 하는 캐릭터에 매료되는 것 같다. 평론은 잘 안 읽지만 작가의 말을 읽는 것은 좋다. 부록처럼. 보너스처럼. 



소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런 시가 가장 애매한데... 


아마도 작가는 바르게 단정하게 살아온 사람일꺼라 짐작된다. 그 바름이 글에서 묻어난다. 생활의 냄새가 되풀이 되는 일상이.. 글에 녹아 있다. 삶의 어떤 반짝이는 부분에서 위트가 돋보이는게 참 좋았다. 크게 좋은 일은 없어도 이런 순간이 많다면 힘든 순간도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없이 응원하고 싶다. 문지혁 작가... 당신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아주 오래전에 <이런 사랑>으로 나왔을 때도  읽었었다.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인상적인 앞부분을 읽어가니 어렴풋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소설로 기억이 났다. 실제로 있는 '드 칼레랑보 증후군'이라는 병을 가진 남자에게 스토킹 당하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는데... 견딜 수 없는 사랑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복복서가에서 새로 펴낸 책인데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소설을 탐독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에 한 여행까지 짧은 인상을 적어놓은 메모들. 오래된 사진.

나이가 드니 여행, 경험, 체험(?)의 누적이 만만치 않다. 기록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머릿속에 어떤 인상으로만 여행들이 저장되어 있다. 일상에서는 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은 좋다. 올 여름엔 코로나로 하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니 더 즐겁다. 더 많이 다니자 더 많이 경험하자 더 많이 생각하자. 

*한국에서 먹은 간식거리중 편의점에서 파는 해바라기씨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웃었다. 참 귀여운 마스다 미리씨... 특별한 맛은 아니었던듯한데..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장강명의 직업이 기자였던 것이 큰 영향이었을 것이다. 등단이라는 시스템이 우리만의 독특한 것이라는 것도 장강명의 이전 책들에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고 특히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산물을 내는 소설가라는 사람의 이모저모에 대해서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작업을 해가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등등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신경숙의 표절 문제 등과 같은 출판계 비화(?), 인세 정산 문제 (이 시대에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썪는다니.. 놀라움) 등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다른 책에 대해 얘기도 많이 나와 다음번에 찾아보려고 메모도 해 두었다. 정작 나는 장강명의 소설은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데, 그래서 <재수사>도 읽으려고 사두었다. 문장보다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소설가 답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도서관 검색순위 상위에 계속 보여 읽게 된 책. 주인공은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빨치산의 딸로 살아야만 했던 자신의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사회주의자라는 거창한 이데올로기 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먼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내가 좀더 젊어서 우리 부모가 좀더 젊었다면 나는 아마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렇게 불안한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글을 읽는 것이 그렇게 편하지 만은 않은 그런 나이.... 죽음도 태어남과 같이 인생의 일부일테지만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보며 이 책을 읽는 마음이 어떤 면에서는 가슴 아프고 불안하기도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

그리고 요즘은 2년 전? 사두었던 도스토옙스키 전집의 <악령> 하권과 이사벨 아옌데 <운명의 딸> 그리고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를 읽고 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삶에는 힘든 순간이 있어왔다. 지금이 그 한복판이라면 잘 이겨내보자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 두 세달 후 글을 쓸 때쯤에는 가벼운 마음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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