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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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3월 초가 되니 봄 느낌이 난다. 옷가게에는 이제 봄옷이 넘실대고 아직 찬기운은 있지만 두툼한 옷들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즈음... 겨울에 읽은 책들을 떠올리며 다가오는 봄에는 어떤 산뜻한 책들을 읽을까 책장을 기웃거린다.



현재 조선 국적 보유자는 한국 국적으로 바꾸지도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재일코리안이며, 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2020년 말 기준 조선 국적 보유자는 2만 7천명 남짓, 재류 자격은 '특별 영주'이다. 


북송 사업(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일본에 있던 재일코리안의 북한 집단 이주)의 선봉대 역할을 했던 아버지는 자식들 삼형제, 친인척들을 북한으로 보냈으나 그곳을 방문하고나서야 허울 뿐인 사업의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이념과 다른 부모를 이해하고자 저자는 영화를 공부하고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 평생 자식들, 친척들을 위해 택배를 싸야했던 감독의 어머니의 인생을 헤아려본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이 '서평'하는 정신으로 읽혀져 그 이후 계속 제목이 헤깔렸던 책, 한은형의 소설이다. 한은형의 소설에는 요즘 유행하는 것들, 사람들의 취향이 빛깔있게 그려져 읽는 재미가 좋다. 내가 발굴(?)한 작가다. ㅎㅎ 실제로 이 책을 읽고 겨울에 여행지를 정할 때 양양도 선택했었다. 서피비치는 가지 못했지만 아주 오랫만에 다녀온 양양은 고즈넉하면서도(낙산사!) 먹을 거리도 좋았다.(오.. 군침도는 황태구이 매니아) 추운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해본다.









용접공으로 일했던, 지금은 아마도 기자인 분의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이 책 재밌다고 열내며 칭찬했더니, 이런 사람은 막노동을 해도 씨앗(?)이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하는 일과는 상관없이 역시 글은 잘 쓰고 볼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이 청년공이 계속 청년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블루칼라로 성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이야기를 계속 책으로 내주기를.. 우리 사회가 좀더 다양성이 인정되고 성공의 길이 다양할 수 있음을 증명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내 일을, 동료를, 직장 환경을 좀더 사랑하고, 쉽게 냉소하지 않기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냉소적인 모습이 거의 습관이 된 것 같은 내 자신을 반성했다.




백수린의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는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선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인생의 다층적인 면을 보고 행복의 다양성을 면밀히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것 같다.











늘 책이 나올 때마다 바로 사보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인데 이번책에서는 유홍준의 측근들 소개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학교 행사에서 학생들은 관심없는 내빈들 소개 같다는 생각.... 이유는 그 많은 사람들을 내가 잘 모른다는 데서 연유하는 것 같다. 그런데 또 이 책의 제목인 것처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아닌가... 아 그랬었지.. 하며 다시 마음이 수그러든다. 인사동을 거닐때 민예품 가게에 들어가는 것에 마음의 벽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번 들어가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마음산책의 이 시리즈를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국립중앙박물관 아침이 똑똑 메일링 서비스도 가입했다. 월요일마다 짧은 유물소개 편지가 날아오는데 반가운 누군가의 엽서를 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박물관 같은 정갈한 문장들... 박물관 가서 조용히 유물들을 들여다 보고 싶게 만드는 책.


잘하는 것보다 다 해보는 것.

도전하면서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는 것. p.52







곽아람 기자가 쓴 위의 책과 같은 시리즈이다.이 시리즈 중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가장 자세히 와닿게 쓴 책 같다. 기자 직업의 희노애락이랄까. 3분 만에 연락이 되어야 하는 직업,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직업. 오... 기자 일의 고됨이 느껴진다. 

그래도 책을 읽는 댓가로 돈을 버는 문화부 기자의 일이라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발표날 신문사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는 군요!!

ㅋㅋ 넘 재밌다.






요건 내가 즐찾하는 서재에서 알게 된 책. 나이듦이 지속가능하다니.. 정말 구미가 당기는 제목이지 않은가. 저자는 노년의학 전공의로 노화의 대가! ㅋㅋ

핵심은 가속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 이를 위한 기본 개념이 절식이라는 것이다.


일주일 정도만 단순당을 없애고 정제 곡물을 줄이면 과당이 만들어놓은 당 중독의 보상 회로가 서서히 사라지며, 자연스럽게 하루 종일 먹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탄수화물의 비중이 줄어들며 전체적으로는 저탄고지 식이처럼 보이게 된다. 인슐린이 붙잡아둔 물과 염분이 빠지고 글리코겐이 분해되면서 1주일만에 3,4 킬로그램의 체중이 줄어든다. 

이 부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역시 실천이 어렵다. 3,4킬로그램 감량에서 눈이 휘둥그래지는데... 이제는 노화까지 책으로 배우려는 내 자신이 참....^^;; 아 그리고 단백질 섭취와 근육운동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겠다.



 

역시 이런 내용이군 하며 친구가 사준 책을 기대없이 읽다가...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 p.274


이 문장을 읽고 번뜩 눈이 떠졌다. 일에서 왜 이렇게 의미를 찾으려한 지난 나날이었는지.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목표하는 바를 찾아 길을 떠나는 모든 젊은이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런 서사를 다루는 소설을 좋아한다. 삶의 방향을 틀고자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서는 중년의 스토리도 좋아한다. 나는 쉽게 하지 못하지만 그 용기의 기운을 얻고 싶기 때문일것이다.


에밋과 빌리가 길을 떠나는 이유, 엄마를 찾아서,라는 많은 이야기의 시초가 된 유서 깊은 사유가 어찌보면 이 소설을 통속적으로 보이게 하나... 울리와 더치스가 그 길에 함께 함으로써 이야기에 더욱 다양성을 갖게 되었다. 

모든 삶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고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그 오래된 신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수많은 도플갱어같은 인생들을 접하고 나의 삶도 그런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일것이라는 사실에 안도를 하게 된다. 



누구에게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작은 것들의 세상


거창한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바꾸기도 어려워 작은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존재들의 세상


그 작고 하찮은 삶을 하나하나 생각하려니 가여워 눈물이 난다.


마술적 리얼리즘..? 이렇게 서술된 책들을 나는 어려워하고 잘 와닿지 않는데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읽었더니 어느 덧 마지막 장에 와 있었다. 





장강명의 현수동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여자, 정혜>를 다시 보고 싶거나 밤섬이 나왔던 <김씨 표류기>도 떠올랐다. 생전 가볼 일 없을 광흥창역에 대한 관심까지... 아 이런 상상의 현수동에서 나도 살아보고 싶다.











이 밖에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작별들 순간들>, <인생의 역사>, 읽시찾 7권, <오! 윌리엄>, 함정임의 소설<사랑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거의 다 좋아서 돌려가며 읽고 있어요. 인생의 역사는 한 꼭지씩 영양제 먹듯 읽는데 오늘 읽은 김수영의 시 <봄밤>에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라는 구절이 있더라구요. 

'혁혁한 업적'을 바라고 늘 서두르며 사는 요즘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저 봄에 필 꽃잎 하나면 좋을... 그런 충일감(이 말은 배수아의 에세이에 나와요)을 느끼는 3월이길 바라봅니다. 


모두들 행복한 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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