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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의 책여행
  • 경연, 왕의 공부
  • 김태완
  • 19,800원 (10%1,100)
  • 2011-08-16
  • : 655

우선 책의 만듦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깔끔한 표지와 휴대가 불편하지 않는 판형(그렇다고 편하다고 하기엔..), 적당히 채워진 글밥과 구석구석 조화롭게 배치된 자료사진과 정보들.  일단 이렇게 손에 착 감기는 책이 들어오면 내용과 상관없이 열독률이 올라간다.  물론 역사 이야기니 주제도 나에겐 딱.


'왕의 공부'라니 호기심도 생기지만 자연스레 '나는 왕이다'라는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된다. 무소불위의 권력자같은 왕의 기분으로 말이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상의 위치에 있는 왕의 교육은 어떤 분위기였을지 자못 궁금해하며...


그러나 왕의 실상은 엘리트 관료들에 의해 궁궐에 유배되어 훈육되어지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음은 노비들도 아는 사실, 왕가의 혈통이라고 해도 결국 특별날것 없는 인간인데, 대대로 지배자의 위치에 있으려면 주변의 노력(견제?)이 필수불가결한 것임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명석한 신하들이 먼저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다보면  조선 건국조차도 실상은 정도전이 이성계를 간판으로 내세워서 이뤄낸 일처럼 소개되는 대목도 있었던 것 같다.(벌써 어렴풋해지는 기억...)  그림자 권력이라고나 할까?


경연에 나오는 신하들의 이야기는 부탁같기도 하고 읊조림같기도 하고, 말그대로 교육같기도 하고 때론 명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는 꼭 '학습'분위기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은퇴하려는 신하와 그것을 만류하는 임금. 다시 그것을 정중히 거절하는 신하와 최대한 조건을 걸고서야 놓아주는 임금의 대화. 그 둘 사이의 대화는 비즈니스계의 긴장감 팽팽한 협상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노학자의 고집과 임금의 끈질김이 엿보이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니 조선시대의 정치는 상명하복관계였다기보다는 서로 의지하고 공생하는 관계였던 것 같다.


어쨌거나,  경연의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상당부분 도덕에 대한 이야기다. 요순같은 성군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유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신하를 쓸때에도 그러한 유교적 가치에 어울리는 사람을 써야 하고.  능력만 있으면 도덕성 같은건 개나 줘버리는 지금의 어느 정치집단과 비교가 된다.  그나마 그 '능력'이라는게 사기치는 능력이라 더더욱 현재가 개탄스럽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신하를 잘못 쓴데 대한 책임을 왕에게도 묻듯이, 부패한 정치인이 활개치는 것은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긴, 국민이 선거로 뽑은 정치인을 누가 뽑았냐고 서로 질타해봐야 누워서 침뱉기 아닌가. 


그럼, 그런 국민은 조선의 왕처럼 공부하고 있을까?  어떤 정치가 필요한지, 어떤 세상을 추구해야 하는지 교육받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왕은 어려서부터(세자시절) 기본 소양을 교육 받았지만 지금의 왕(어린이)들은 왕대접을 받기는 하나 왕노릇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성인들도 마찬가지. 그러니  사람이 떠내려가도 물이 인정사정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돈만 된다면 사람들은 그리로 쏠린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는 지옥을 만들어 간다. 그러는 사이 간신배같은 무리들이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다.

 


텅빈 경복궁의 전각들을 빼꼼 들여다 볼때마다 뭔가 쓸쓸함 이랄까 허전함같은게 느껴졌었다. 주인 잃은 집이란 생각에 그저 '기와는 돌이요, 기둥은 나무요, 저 사람은 관광객이니라' 하는 느낌정도 밖에는... 
다행히 이 책으로 인해 그러한 이미지에 약간이나마 생기를 불어 넣을수 있었다는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앞으로 궁을 돌아다니면 저 건물들 안에서 이뤄지던 대화와 토론들이 들릴것 같다. 500년을 이어온 저력이 말이다. 바램이 하나 있다면 저 뒤 멀리 보이는 푸른기와집에도 들렸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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