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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피움
  •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 8,100원 (10%450)
  • 2003-10-30
  • : 3,664

아무도 야무지지 않다.

나도 스티브도,버스 운전자 역시.

그런데도 어떻게든 혼자서 해 나간다.

p72

그녀가 야무지지 못하다고 말하면서 지목한 사람은,

그 순간에는 약자(주도권을 갖고있지 않은 사람..정도?)인 사람들이었다.

그래, 사실 진짜 야무진 사람은 드물다.

순간순간을 야무지게 살고 싶지만,

무뎌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괜히 거들먹거리는 어른은 혼이 난다.

p156

 

 

나는 이 사람을 아주 좋아했었다.

지금은 기억도 제대로 안 나지만,

아주 좋아했었다는 사실만은 기억하고 잇다.

......

"이상한 말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 다케오하고 두 번 다시 안 만날 수도 있고,

다케오하고 새롭게 연애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다케오하고 같이 잘 수도 있어."

p197-198

이별후 1년정도가 지난,

보통 연인의 이별이 아닌,

8년이란 시간을 '함께 살아온' 그런 연인의 이별 후

아주 좋아했었지 라는 단편적인 기억만이 존재하고,

이 사람을 잊는다는 것은 내 8년을 지우는 것과 같기에,

잊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아니 안하고, 그대로 놔둔다.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리카가 다케오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됬다.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저, 이젠 그 사람에겐, 그리고 나에겐 서로가 옆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도망친다는 거, 굉장한 고통이다."

p206

고통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지만.

도망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고통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일단 원고지 위에 풀어놓은 것들이 어디로 갈지는

바깥 세상 일인 듯합니다."

라고 에쿠니 씨는 말한다.

p264

그저 손에 잡은 펜이 이끄는대로 써내려간다는 글장이들

이미 글로 나타난 것들은

이미 내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를 위에처럼 기억해놓는다. 근데, 이 책. 아니 이 이별 후의 그녀의 이야기는 시간의 이야기다. 월간지에 연재됬다는 이 이야기는 15개월동안 그녀가 담담히 이별에, 그가 떠남에 익숙해 지는 과정을 그려놓았다. 그래서 문장들은 그 시간 속에 녹아 있었고, 어떤 문장을 따와도, 그 시간들을 대체해서 보여줄 수 없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1초,1분,1달이었기 때문에, 난 선뜻 이 이야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는 문장을 선택하지 못했다. 위는, 그냥 단편적인 내 생각이 머문 글귀들일 뿐이다.

   이별이다. 8년간 함께한 사람과의 이별이다. 그 이별은 4일이란 짧은 시간에 생각되어지고 상대에게 통보됬다. 8년이란 시간이 고작 4일 이란 시간에 번복되었다. '헤어지자'는 말, 그말 한마디로 8년의 시간이 거짓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순간순간은 내가 행복하게 살아있었는데, 헤어지잔 말을 들은 그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죽음이고, 그 시간들이 현실 속 사실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한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다. 그녀는 잊지 않았다. 잊으려노력하지 않았다. 다케오의 자켓을 그대로 걸어둔 것처럼, 둘만의 공간에서 이사를 가지 않고, 혼자 살기에는 넓은 그 집에 그대로 살아가는 것. 그녀는 그렇게 모든 것을 그대로 놔두었다. 변하는 것은 흐르는 시간 뿐이었다. 그래.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인공인 리카말고, 번역자가 그랬든 '하나코'가 눈에 들어온다. 역자가 말했듯 그녀는 진짜 연기같은 존재였다. 눈에는 보이지만 잡히지는 않는.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녀로 인해 몇몇의 사랑이 깨졌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사랑받게 만들었을까, 정작 그녀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는데. 어떤 이는 그런 그녀에게 질투를 느꼈고, 어떤 이는 이해를 못했고, 어떤 이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참. 그녀의 인생도 참 불쌍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녀는 만족했겠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자기 자신의 선택을 믿는 여자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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