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비오는 書閣
 

아이들을 보내놓고 무심히 손에 잡힌 우주의 구조를 몇 페이지 읽었는데 출근도 관두고 창가에 앉아 햇볕 쪼이며 종일 우주의 구조를 파헤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치약을 듬뿍 짜 버렸네. 샤워기를 트니 우주는 사라지고 바닥의 머리카락과 물의 얼룩만 선명해서 우주의 한 근원, 한 분자, 찬 물줄기를 세차게 뿌리고 수세미로 벅벅 문질렀네. 아침은 그런 것. 마신 커피 잔을 개수대에 넣고 뒤 한번 돌아보고 출근하네. 빈 집에서 햇살과 먼지 사이로 가끔씩, 저희만 남은 까불이 책들이 슬금슬금 삐져나와 춤추고 노래하고 뒹굴다가 작은 녀석이 키를 올리면  화들짝, 제자리 찾지 못한 책들이 가로눕힌 책 사이에 벌렁 드러눕겠지. 그 중 한 녀석이 우주의 구조! 놀던 자리에 비스듬히 두었는데 퇴근 후 확인하리!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