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만 깨어있는 시간. 물을 올리고 분쇄기에 커피를 한 컵. 집중을 놓치면 가끔 오른 귀에서 울리는 이명처럼 소리는 아득하다. 어느 순간부터 자각 없이 만드는 아침 커피. 뜨겁고 쌉쌀한 커피가 위에 다다르면 비로소 아침 신문을 읽을 정신이 든다. 위장약 같고 첫 소주 같은 커피를 마시며 거친 새벽 비를 기억해내고 술 취한 여자의 울부짖는 소리에 깨었던 잠깐의 새벽과 무얼 말하고 싶었던지 궁금해 하던 짧은 순간을 떠올린다. 밤사이 더 많이 떨어진 회화나무의 연두 꽃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안개 새로울 것 없는 여름의 아침인데, 새벽 비에 깃을 숨긴 까치 대신 오늘은 당신의 인사가 날아든다. 아, 안녕. 나는 커피를 갈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