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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書閣
 

내가 상심의 눈을 떠 찻물을 올리면 곁에 자던 아이가  일어나 커피콩을 간다. 발소리도 내지 않는 고양이 같은 녀석. 나는 허리를 굽혀 새 CD를 고르다가 상심이 아이의 손끝에서 드르륵 갈려나가는 걸 느낀다. 고마워. 아이는 멋쩍은 듯, 이거 손으로 안할 수 없어요? 전동 밀 말이니? 응. 마주보고 소리 없이 웃는 우리는 사실 핸드밀이 좋다. 낡아 치직거리는 오래된 오디오에서 나오는 풍부한 소리도 좋으며. 전동밀이 좋은 건 핸드밀의 불편함을 알아서이고 오래된 오디오가 좋은 건 간편한 muji플레이어가 주는 가벼운 소리를 듣고 지내기 때문은 아닐지. 시만 보아 마음이 가을인데, 아닐 땐 가을이고 싶더니 또 가을이니 시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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