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보인다는 말은 좀 고약하다. 어쩐지 심술의 냄새가 듬뿍 묻어 있는 듯해 불쾌하고 뭔가를 알고 있다는 속내가 못내 거슬리는 것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서너 달 째 이런 식이다보니 어쩌면 나도 모르는 뭔가가 그의 눈에는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는 것이다. 거리를 가져야만 보이는 상황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그런 거라면 나를 뾰족하게 만드는 그의 얘기들에 한번쯤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나는 정말 힘든 것일까? 그런대로 견딜만한 작은 일들과 반복해서 후회하는 실수의 말들 혼잣말로 못된 욕을 하고 얼굴 붉혔던 나만 아는 천박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제 사이의 고통스러운 괴리 그러나 그것이 최선이라고 타협하고 마는 비겁. 그런 것들이 힘들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의미 없이 던졌을지 모를 그의 말이 더욱 고약하게 들리는 것이겠다. 내 마음만 돌보는 이기심에 상대의 마음을 미처 읽지 못했다는 자괴감까지 겹쳐. 누군가의 힘겨움이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내가 힘겹기 때문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기 때문이다. 그 물음은 너를 알고 있다는 거만의 마음이 아니라 어렵고 힘겨운 속내를 말 해 본 적 없는 사람이어서 몇 달째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말로 에둘러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인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