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에 등장하는 빵은 프렌치토스트와 프레첼이다. 참고로 프렌치토스트는 프랑스어로 빵 뻬흐뒤(pain perdu), 즉 "잃어버린
빵"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읽고 나니 유즈키와 요이치의 에피소드를 정말이지 탁월하게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프레첼만의
독특한 매듭모양은 뭔가 요이치와 그의 동료였던 타카나와의 결속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 유즈키의 학생이었던 아카자와가 그들의 빵집을 방문한다. 유즈키는 그 계기로 어째서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요이치에게 이야기한다. 그가 만든 프렌치토스트는 잃어버릴 뻔한 것들을 되살리는 빵 뻬흐뒤의 의미처럼 그들에게 달콤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즈키는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빵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것 중의 하나인 이스트. 이것은 살아있는 것으로 주변환경에 민감하다. 손의 온도나 대기의
습도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빵이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는 요이치의 말이 와닿는다.
사실, 무엇이든 쉽게 빨리 되는 것은 없다. 유즈키의 마음은 서서히 그렇게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카자와도.
다음은 프레첼과 요이치, 그리고 그의 동료 타카나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이 꿈꾸었던 세계에 관한 과거이기도 하다. 현실에 휘말려 점차
빛을 바랜 듯 하지만, 어떻게 할거냐는 유즈키의 질문에 요이치는 "음-."이라는 대답으로 일축한다. 이 부분은 아마도 좀 더 나중에 기대해보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다음권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건 역시 마지막 에피소드가 아닐까. 유즈키는 친구의 결혼 발표로 친구들과 만나 블라블라~
전남자친구와 재회하게 된다. 그들이 사귀었던 날들이 자잘하게 펼쳐진다. 사소하게 엇갈리는 시선이 켜켜이 쌓여 얼마나 서로를 다르게 느끼게
하는지 그는 알고 있을까. 그가 다시 등장한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떤 이야기로 그 끝에 도달할지 궁금하다.
흐름이 분명한 만화 속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내 머릿속에 맴도는 건 매듭도 짓지 못한 채 끝나버린 대부분의 씁쓸한 추억들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직업이란 것에 대해서는 몇백번이고 생각한 문제지만(물론 지금도), 언제나 다른 생각을 한다. 솔직히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른 채 일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그 때보다는 지금이 아무래도 불편함이 덜한 건 사실이지만, 자신감이라던가 확신 같은 건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도 가질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짧고도 기나긴 여름밤 동안 시원한 산책을 즐겼는데, 이제 가디건을 입지 않으면 제법 쌀쌀한 것을 보아하니 가을이다. 3권은
이제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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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5 지금도 상대를 변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를 바꿔나가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요즘은 가끔씩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