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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감
  • [전자책] 책과 우연들
  • 김초엽
  • 11,200원 (560)
  • 2022-11-15
  • : 435
ㅊ책 ㅇㅇㅇ책책을 읽고 쓰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 나는 저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책이나 글쓰기에 관한 에세이'는 주저없이 읽어보는 편이다. 이 책 또한 산뜻한 책표지와 제목, 프롤로그만 읽어 보고 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중의 하나다. 물론 몇번이나 읽은 지금은 (다행인가?) 소장중이지만. (구매하려고 보니 표지가 개정되어버려 다른 표지의 책을 구매했는데, 소녀 감성의 첫 느낌이 그립다.)

​인문계(?) 체질인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대거 등장하는 SF 작품이나 과학책 중 내가 아는 작품은 거의 없었으며, 저자가 소개하는 작법서 또한 우연히 1권을 소장중이라 그 정도가 아는 게 전부인 수준이니, 리뷰 또한 이러한 관점(SF작가의 에세이인데 비SF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쓰여졌음을 미리 밝힌다.

어쨌거나 내게 이 책은 특별하게 재밌었는데 이제까지 글쓰기에 관해 읽었던 책 중에서, 글쓰기에 대한 혼란스러운 개인적이고 은밀한 여정, 그러니까 뭔가 그 치열한 과정들이 생생하게 느껴져서였다. 물론 그러한 여정들을 호락호락하게 보여주지는 않으려는 듯 이제까지 저자가 착실히 계속해서 쌓아 올린 SF라는 안개들로 뒤덮여 있어 나는 그 막을 들춰가면서 읽었지만, 이또한 새로운 세계로 입문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또한 저자의 문체가 은유나 비유보다는 제법 구체적인 말들로 서술되어 있어 필요한 부분만 읽어 나가도 제법 맛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러코롬 처음에는 한참 빠져들어 다 읽었는데, 두번째 읽을 때쯤에는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건지, 미로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 책의 구조를 만들어두고, 그것을 짚어가면서 읽었다. (*이 구조에 대한 오독 가능성은 읽는 분들이 너그러이 봐주시길.)

  • 프롤로그- 작가가 되는 결심의 시초

  • 1장. 세계를 확장하기: 작가의 토대

  • - SF의 매력 (내게는 저자가 SF 작가가 된 이유로도 읽힌다)

    - SF란 무엇인가를 찾아서

    - 주제가 없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OR 주제가 주어졌을 때 쓰는 방식

    -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밑천이 없다는 두려움

    - ** 논픽션 집필 경험 (당사자성은 어디까지가 진정성있게 보일까,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거기.)

  • 2장. 읽기로부터 이어지는 쓰기의 여정: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위하여 참고한 것들

  • - 작법서들

    - 독서생활(본격문학 vs SF소설 탐방기, 작가의 눈으로 독서하기)

    - 서평, 비평, 그리고 리뷰

  • 3장. 책이 있는 일상: 말그대로 일상

  • - 책방 에피소드

    - 책상과 작업실을 찾아서

    -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마무리의 글: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사실 나는 글을 써보고 싶은가? 싶다, 싶은데! (중략)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내게 작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는 일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글을 쓰게 된 계기 같은 것처럼 어떤 환상 속에 압축되어 머물러 있는 상태였으므로.

    "1978년 4월 1일, 메이지진구 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을 관람하던 중 소설을 쓰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1회 말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선발 타자 데이브 힐턴이

    2루타를 친 순간의 일이었다고 한다.

    그 후로 재즈 찻집을 운영하는 한편으로

    매일 밤 부엌 테이블에서 글을 계속 썼다. (출처: 나무위키)"

    그래서일까 『책과 우연들』 을 읽는 동안, 다른 책도 많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책도 함께 다시 읽었다. 내게는 '소설가'라는 직업이 사물성이 느껴지는 직업이라기보다 한 예술가의 추상적인 애티튜드로 읽힌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몹시 둔해빠진 작업입니다.

    거기에 스마트한 요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이것도 아니네, 저것도 아니네' 하고

    오로지 문장을 주물럭 거립니다.


    책상 앞에서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며 하루종일 단 한 줄의 문장적 정밀도를

    조금 올려본들 그것에 대해 누군가 박수를 쳐주는 것도 아닙니다. ...

    혼자 납득하고 혼자 입 꾹 다물고 고개나 끄덕일 뿐입니다.

    책이 나왔을 때 그 한 줄의 문장적 정밀도를 주목해주는 사람이라고는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바로 그런 작업입니다.

    엄청 손은 많이 가면서 한없이 음침한 일인 것입니다.

    p.25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두사람의 직업은 사실상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쓰는 장르만 다를뿐. 그런데도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말하는 서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물론 나이나 성별이 다르니 세대나 젠더 차이에 따른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고, 글쓰기를 시작한 시점 대비 현재 한창인 자와 어느 정도의 완숙기인 자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들을 느끼면서 같이 읽어나가는 일은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초엽 씨의 글이 글을 쓰는 과정 속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아 작업하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어 좋았지만, 두 권의 책을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참고로 하루키씨는 라이터스블록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서술하고 있으니, 이미 거기에서 어쩌면.)

    물론 이 책이 아무리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그대로 따라해본들 내가 이와 같은 책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것 또한 압축된 경험이기에 그대로 따라해봤자 어쩌면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지만, 『책과 우연들』 에세이 속 논픽션 경험과 2장의 쓰기의 여정 부분에서 쓰는 자의 세세한 고민들과 자료를 다루는 이야기의 영역이기에 어떤 영감 정도는 도움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이 책.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글을 쓰기 위한 자신만의 도구를 다뤘던 방식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판단되기에 장르문학 작가의 에세이임을 감안하더라도, 본격문학이나 다른 글쓰기를 지향하는 자들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싶다.




    가끔은 소설 쓰기를 낯선 여행지에 가이드가 되는 일에 비유한다.



    나에게는 이 세계를 먼저 탐험하고 이곳이 지닌 매력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출발 지점에서, 낯선 여행지는 아직 내게도 안개로 덮인 듯 뿌옇게 보인다.

    그렇지만 안갯속에서 초고를 쓰고, 많은 자료를 읽고 공부하고 가져와 길목 구석구석을 점차 구체화하고,

    또다시 쓰고 고치다보면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공기의 냄새가 점차 맑아지고, 풍경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그 여행지의 풍경 속에 정말로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비로소 나는 이 소설을 쓸 준비가 된 것이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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