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느끼는 쾌감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곤 했다. 왜 나는 저것에 대하여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인가? 좋아하는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음악을 들을 때, 결론적으로 좋아하는 무언가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다들 그러하지 않을까? 그런 일련의 쾌감을 느끼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틀이 잡혀간다.
미란 무엇인가. 저자 허루이린이 지은 <처음 시작하는 미학 공부>에서는 영화 <500일의 썸머>를 예시로 시작한다. 썸머는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우선적인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미를 추구하고 있고,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미가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들 중 누군가는 이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즉, 미학에 대한 사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미학을 처음 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처음 시작하는 미학공부>의 구조는 아래와 같다.
1. 미, 미감, 그리고 미학의 정의, 미학공부의 이유
2. 고대, 중세, 근대, 현대, 후현대미학사
3. 미적경험과 형식
4. 창조와 모방
5. 미학의 응용과 실천
참고로, 미학의 개념은 1735년 바움가르텐의 <시에 관한 몇 가지 철학적 성찰>에서 시작되어, 1750년 자신의 저서 <미학>을 출간함으로써 완성된다.
이 책의 저자 허루이린이 말하는 미학의 주요논제 6가지는 미, 예술, 미적경험, 창조, 모방, 형식이다. 미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첫째, 미와 감각에 대한 개념 인식 및 의문점을 가지는 것이고, 둘째, 이 인식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가를 따져보고 나서, 셋째, 인간의 인식에 대한 차이점들을 공부하는 과정순으로 이루어진다. 그 후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배운 과정을 일상 속에서 적응시켜보는 활동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이 책 한권의 구조는 위에 기재한 것처럼 간단하고, 일주일이면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스케쥴이 제시되어 있지만 막상 책을 읽으려고 펼쳐보면, 미학사 속 개념 하나하나부터 걸리기 시작하는데 정말 초보자라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나 또한 미학 전공자도 아닐 뿐더러 그저 미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려고 하는 일상인에 가까운 수준이다.
드넒은 미학사의 강을 건너고나면,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미학의 일반적인 개념에 대해 설명해놓은 점이 철학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사고에 대한 접근은 친절한 안내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이 책 정도면 정말 친절한 편이다. 어떤 서적들은 전문용어만 남발할 뿐, 접근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게 대부분 아닌가. 요즘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책은 여전히 용어와의 싸움이 필요해보인다. 응당한 대가를 얻으려면 당연하다고 말한다면 할 수 없지만. (쉽고도 깊이 있는 책은 정말 없는 걸까)
그리고 한 챕터씩 끝나면 저자만의 요약이 한번 더 등장하고, 추천도서 및 영화가 있는 점이 매우 좋다. 추천 영화들은 거의 본 것들이지만, 또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준점이나 프레임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미학사는 특히 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므로, 자신만의 요약을 해나가면서 보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시한 중국인다운 문구, 수파리(守破離)개념이 참 와닿기에 써둔다.
p243 끊임없이 모방하고(수), 정해진 틀과 관습을 깨트리며(파), 마침내 자기만의 양식을 확립(리)하는 것이다.
미학을 공부하고 나면 우리는 미학모드를 작동시키고
미학안경을 쓴 후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미감은 그 어떤 특별한 기능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타고난 능력이지만
미학모드‘는 미학을 공부하고 미학이라는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실행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