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알 수 없는 영역
이 책을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때의 일이었으니 무척이나 오래전의 일인 것 같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 고등학교 1학년...그곳에 이 책이 있었다. 나는 내성적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 거의 친구가 없었다. 그때의 사진은 단 한장 남아있는 것 같은데 그때의 내 얼굴은 무언가 잘못되어버린 것마냥 부풀어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있었다. 눈은 아무것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아무것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때의 기억이 거의 없다. 짝의 '양의 탈을 벗어라'는 속삭임과 살이 찐 선생님의 안경과 웃음 같은 무척이나 단편적인 거억들 뿐이다. 그 때 나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보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이 책을 읽어었다. 책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때도 그랬을 것이다. 하루인가 이틀인가만에 소설을 다 읽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거의 한달이 넘도록 나는 혼을 빼고 학교를 다녔다.

그때의 기억은 그 소설을 읽은 후 가슴에 이만한 구멍이 나서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슬프거나 기쁘지도 않았다. 그냥 가슴에 이만한 구멍이 뚤려서 오래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뿐이다. 왜 그랬던 걸까? 지금 이 소설을 만난다면 그때의 나와 같을까? 그런데 왠지 다시 이 책을 열 용기는 나지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이 내가 이 소설을 만났던 때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들이다. 너무나도 강렬했던 것 같은...그래서 취할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좀처럼 깨어날 수 없었던....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