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학교도서관에는 부쩍 전쟁에 관한 책들을 많이 찾으러 온다.
학교숙제도 전쟁에 대해 부모님께 이야기듣기 인데, 요즘 엄마들인들 전쟁에 관해 특별히 알 리가 없다. 그래서 다들 전쟁에 관한 책들을 읽는다.
주로 읽는 게 '여섯 사람' 이라는 데이비드 맥키 의 그림책이다.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아이들이 알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는 그림책이다. 그런데 저학년들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쟁은 하면 안 되겠어요'라고 교과서처럼 대답하지만, 머리가 조금만 굵어진 녀석들은 '더 힘을 키워서 반드시 이겨버려야 해요'라고 대답한다. 농담 혹은 선생님이 하는 말에 대한 무조건적인 딴지라고 넘겨버리기엔 너무 섬짓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시 읽어 준 책이 이 책 '우리 마을에 전쟁이 났어요'였다.
이 책은, 왜 전쟁이 났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전쟁이라는 것이 한 마을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마을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담담하게 이야기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길 때까지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아이들은 잠시 숙연해졌다.
덧붙여 얘기해줬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동족간에 전쟁이 있었지. 한참 전쟁터인 마을에서는, 낮에는 남한의 군인들이, 밤에는 북한의 군인들이 장악하는 경우가 많았단다.
그럴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니?
낮에 남한의 군인들을 위해 밥을 해주거나 뭔가 도움을 줬던 마을사람들은 밤에 북한의 군인들이 장악했을 때 모두 죽임을 당했어.
그리고 밤에 북한의 군인들을 위해 밥을 해주거나 재워준 마을사람들은 낮에 남한의 군인들에 의해 또 모두 죽임을 당했지.
그때 죽었던 사람들 마음 속에, 나는 공산주의를 위해 죽는다, 나는 자본주의를 위해 죽는다 라는 의식이 있었겠니? 그저, 전쟁에 지친 군인들에게, 역시 전쟁터에 끌려간 자기 아들을 생각하면서 밥 한 끼 해준 것뿐이었단다.
어떤 마을에서는, 아빠가 몰래 마루밑에 숨어있었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지난밤에 혹은 낮에 어느편인가에 도움을 주고 나서 두려워 숨었던 거야.
그 소문을 들은 상대편 군인이 그 아빠를 잡으러 왔지. 찾을 수가 없었어. 그러자 그 군인은 서너 살밖에 안 먹은 그 아빠의 자식에게 맛있는 사탕을 보여주면서 물었단다.
아빠 어디 계시니? 이 사탕 줄게.
그 아이는 사탕과 아빠의 목숨을 바꾸었단다.
그런 게 전쟁이란다. 그런데 그 전쟁이란 것이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있지.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를 못해. 자기들끼리 멈추고 싶어도 다른 나라까지 개입되어 있어서 멈추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 게 전쟁이란다.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조금 무거운 얼굴로 일어섰다. 아까 제일 큰 목소리로 이길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 친구가 다가왔다.
선생님, 그 책 다시 한 번 읽고 갖다드릴게요.
왜 안 되겠니? 그러려무나.
이 책은 그냥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그저 이 책만 읽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아이들이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조금 심각하게 깊이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