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뒤덮인 마을에서 아이는 친구와 도감을 보고 있다. 노랑, 빨강, 주황, 초록 알록달록한 색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나비 도감. 이 도감을 아빠가 아낀다는 걸 아는 아이. 아이도 그래서 이 도감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을 테지만 의도치 않게 도감이 찢어지고 말았다. 어설프게 테이프로 붙이는 아이 앞으로 펼쳐진 눈 덮인 마을이 아이의 아득하고 막막한 심경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겉옷을 챙겨 입고 스피 도구를 야무지게 챙겨 착용하고 눈덮인 산을 오르는 아이. 그 모든 순간에 아이의 머릿속을 채운 건 오로지 나비를 좋아하는 아빠. 아빠가 화를 내실까 하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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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찢어짐으로 인해 아이가 느끼는 상실과 두려움이 눈을 배경으로 한 고요한 그림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무도 없는 산 속, 아이는 나비 도감을 친구에게 왜 보여주었는지 나름의 이유를 생각하는데 이것마저도 너무 사랑스럽고 안쓰럽다. 점으로 표현된 눈은 마치 아빠에게 친구가 나비를 좋아하고 우리는 봄에 나비를 잡으러 가자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실수로 찢어졌어요. 그렇게 호소하는 것만 같다. 그림 속 아이는 무척 간결하게 그려져 있는데 표정과 짧은 글 속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어서 정말이지, 뻔한 표현이지만,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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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스키를 타다가 만난 눈 극장. 갓 태어난 눈처럼 나타난 눈 사람들의 포슬포슬한 무대. 눈 아이들이 노래를 점점 크게 부르면서 눈 팽이가 점점 더 커지고 눈의 여왕이 손을 올리자 눈이 더 많이 쏟아지고... 그러면서 온 세상을 뒤덮는 눈보라가 정말로 눈앞에 눈이 폭발하듯 쏟아지는 것처럼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온 세상을 뒤덮은 눈 저편에서 아빠가 나타난다. 죄책감에 한쪽 눈 사이에 앉은 아이에게 아빠는 큰 손을 내밀고, 아이는 비로소 아빠에게 책을 찢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아빠는 화를 내지도 큰 소리를 치지도 않고 그저 책을 친구에게 빌려주라고 할 뿐.... 마지막에 아이는 다시 따뜻한 집 안에있다. 김이 모락모락 날 것 같은 코코아를 마시며 팽이 노래를 부른다.
책의 감상 포인트는 아이의 죄책감을 따스히 감싸 안아주는 아빠가 주는 안정감, 그리고 아이의 세계에서 눈보라를 몰고오듯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눈 극장이 아닐까 싶다. 아이의 마음도 너무 섬세하고 깊게 표현되었고 아이가 보는 눈 극장의 연출도 너무나 아름다우며, 마지막 아빠의 용서도 쓰린 마음을 무척이나 따스하게 덮어주는 듯하다. 날씨가 추워서, 눈이 내려서, 마음이 어딘지 시려서, 아니, 그냥 겨울이라서 이 책을 읽고 선물해주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