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이 덤불숲에서 내가 붙들어야 할 기억이 바로 그거였어.
내가 아직 몸을 가지고 있었던 그 밤의 모든 것, 늦은 밤 창문으로불어들어오던 습기 찬 바람, 그게 벗은 발등에 부드럽게 닿던 감촉.
잠든 누나로부터 희미하게 날아오는 로션과 파스 냄새, 삐르르 삐르르, 숨죽여 울던 마당의 풀벌레들, 우리 방 앞으로 끝없이 솟아오르는 커다란 접시꽃들, 네 부엌머리 방 맞은편 블록담을 타고 오르는 흐드러진 들장미들의 기척. 누나가 두번 쓰다듬어준 내 얼굴, 누나가 사랑한 내 눈 감은 얼굴.-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