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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안보이는 엄마와의 산책

 "엄마와 그렇게 꼭 달라붙은 채 매일같이 시간을 보낼수 있던 건 다른 사람들은 누리지 못할 축복이었어." 그리고언니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걸으면서 언니는 큰이모를 위해 보이는 풍경을 묘사해주곤 했다고. "엄마와 여길 같이 걸었다면, 나는 이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해 애를 썼겠지. 사방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하고, 온통 부드러운 흰빛이라고.
눈 위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은 아주 연한 노란색이라고 그렇게 묘사를 하고 나면 큰이모는 "이젠 내 차례야" 하고 말하곤 했다고 했다. 그리고 큰이모는 시각을 잃은 후 얻게 된예민한 다른 감각들을 활용해 큰이모가 느끼는 풍경을 언니에게 묘사해주었다. 바람이 어제보다 부드럽고 가볍구나.
눈 때문인지 사방에서 지난여름 우리가 쪼개 먹었던 수박향이 나는구나. 까치 소리가 평소보다 가깝게 들리는구나.
"엄마가 묘사해주던 그 세계 역시 정말로 아름다웠어."-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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