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의 마른 입술 한가운데가 갈라지며 빨갛게 피가 빼어나온다. 나는 손수건을 건네주고 기다란 의자 끝에 무너지듯앉는다. 그런 다음 복도 바닥의 한 지점을 골똘히 노려본다.
송곳 같은 것이 관자놀이를 찌르는 것 같다. 아니, 뾰족한 뭔가가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 같다.
가시 같은 것, 못 같은 것.
나는 내내 그런 걸 키우고 품어 왔는지 모른다. 그런 것들이 외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나를 지켜 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불러오는 건 이토록 끔찍한통증이다. -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