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열던 종로의 한 포장마차다.
우리는 탁자에 둘러앉아 계란말이나 우동을 놓고 소주를마셨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 근처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새벽엔 건물들이 죄다 문을 닫아 화장실사용이 어려웠다. 나와 친구 M은 술기운으로 의기양양해져 근처 주차장으로 갔다. 엉덩이를 담 쪽으로 두고 주차된 차들 꽁무니를 바라보며 쭈그려 앉아 오줌을 누던 날들! 그런 날을 M과 참 많이 나눠 가졌다. 캄캄한 곳에서더 캄캄하게 흘러가는 오줌 줄기가 우리의 앞날 같았다.
키득거리며 오줌을 누고 나서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간혹 울음으로 번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쟤들은 오줌누러 가서는 소식이 없다고, 친구들이 찾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번은 술자리가 파하고 집에 가는 길에 M이거리에서 취해 자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쥐여주는 걸 봤다.
가까이서 보니 계란말이였다. 그땐 모두가 엉뚱했다. 집에가는 길엔 혼자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