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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작가 신경숙이 좋았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아픔, 상실, 허무를 겪는 다소 우울해 뵈는 소설들의 어머니이지만, 보는 이에게는 절망이 아닌 애잔함을 남겨주는 작가 신경숙이 나는 좋았다. 내가 하면 우울증 말기 증세일 것처럼 보이는 말투와 행동들은 신경숙이라는 여과기를 거치면 절망하지만은 않는, 회색빛 작가란 말처럼 희뿌연 아픔만을 아련히 남겨 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바이올렛은 적어도 아니다. 그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인 '회색빛작가'란 말에 너무 집착을 한 나머지 아픔을 나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적은 글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픔이란 아련히 보여질 때 보는이도 그 진솔함을 느끼지만 지나치게 자기의 아픔을 드러내려고 하면 보는 이의 외면을 살 뿐이다.
바이올렛 속의 그녀, 산이의 아픔은 지나치게 내보이려는 경향이 짙다. 자신의 아픔을 조금도 숨김없이 그대로 내보이려는 그녀의 모습 때문에 나는 덜컥 겁이 났고 회피하고 싶어졌다. 그녀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기보다는 산이, 그녀는 왜 저러지? 라며 그냥 지나치는 행인의 눈길과도 같이 애써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의 아픔 속에서 작가는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을까? 아련한 아픔은 절대 아니다. 대놓고 아파하기 때문에, 보란 듯이 아픔 속에서 시달리기 때문에 절대 기존의 신경숙식 아픔은 아니다. 사랑의 아픔을 나타내고 싶었을까? 그렇다면 산이의 행동과 분열은 딱 3류다. 다소 뜨악한 그녀만의 공상과 일련의 행동. 그렇게 되면 바이올렛 자체가 3류가 되는 것일게다. 자아의 분열, 자신의 파괴를 나타내려 한 것일까? 그렇다면 산이의 행동표현은 흔히들 말하는 오바다. 상황의 구조에서 모든 것을 자연히 우러나오게 표현하던 신경숙 작가답지 않은 처리일뿐더러, 빈약한 상황으로 무리하게 표현하려는 자아 분열 모습은 그저 지나치다. 오산이란 인물이 매조키스트가 아닌 이상 지나침이란 표현은 지나치지 않다.
무수한 아픔 끝에 덩그러이 남겨두는 상실감. 그녀가 강요하는 아픔과 상실은 지나치다. 신경숙, 그녀답지 않은 글이고 바이올렛 속의 그녀, 산이는 두 번 다시 쳐다보기 싫은, 인정할 수 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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