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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근대>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의 초반까지. 한도 많고 탈도 많아 시끌벅적하던 그 시대의 한국과 일본을 서양 강대국, 즉 영국에서의 관점이 어떠했는가를 깨끗하고 부드럽게, 또한 흥미롭게 나타내 주었다. 동양인이라는 틀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시대를 판단했던 우리들에게는 이러한 관점의 제시는 우리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면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살펴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작 저자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 즉, 우리의 역사관점 - 피해자라는 역사의식을 떨쳐버림과 동시에 민족주의의 틀을 깨자는 그 의도는 도대체 무엇으로 나타내려고 했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앞서 말했듯 그 시대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면, 또는 일본과 조선이라는 시각의 틀에서 벗어난 서양의 눈으로 보았던 동양정세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면을 제시해 주었을런지는 모르지만, 오로지 그것만으로 우리의 역사의식을 다시 대체시키고 민족주의라는 틀을 깨자고 하는 저자의 의도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저자가 머릿말에서 밝혔던 거창한 주제와 의도는 책을 읽으면서 잊어먹기 일쑤란 말이겠다.

저자는 우리의 근대를 제대로 알고서, 남의 탓으로 돌리곤 하는 우리의 의식을 우리자신부터 각성하여 탈식민지화, 탈근대화를 논하고자 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다소 불명확한 영국의 관점 하나만으로는 우리의 근대를 제대로 알수 없을뿐더러,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근대의 일그러짐을 되살펴 각성하기에도 무리다.

그 당시의 열강인 영국은 동양인 일본과 조선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또 어떤 생각으로 이용하였을까하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궁금점과 흥미성만큼은 이 책이 충분히 제공하여 준다. 더구나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삽화는 배껴내고 싶을 만큼 정곡을 찌르고 풍자성이 넘친다. 다만, 그것이 우리에게 근대가 일그러졌었다는 것만을 시사해 줄뿐, 우리의 근대가 어떻게 일그러졌었고 우리는 그 일그러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지는 전혀 제시점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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