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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없는 계절
  • 약속된 장소에서
  • 무라카미 하루키
  • 13,500원 (10%750)
  • 2010-11-24
  • : 3,452

예를 들어 인기척 없는 적막한 밤길에 막대기를 든 수상한 남자와 스쳐 지났다고 가정하죠. 실제로는 키 162cm의 마르고 볼품없는 남자였고, 들고 있던 막대기도 절굿공이 정도라고 하죠. 그것이 팩트입니다. 그런데 스쳐가는 순간 실감한 것을 말하자면 상대가 180cm 정도의 덩치 큰 남자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손에 들고 있던 물건도 쇠방망이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심장이 쿵쿵 뜁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이냐? 진실은 후자가 아닐까요? 실은 양쪽 진실을 나란히 늘어놓고 비교해야겠지만 둘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다면, 저는 어디까지나 양해를 구한다는 조건하에 팩트보다는 진실을 택하고 싶습니다.

세계란 결국 각자의 눈에 비친 형상이라는 생각에서죠. 그런 것들을 많이 모아 종합해나감으로써 드러나는 진실도 있지 않을 까 합니다.-280,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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