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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를 사랑한다.

모든 아이는 자기 부모를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행복하지는 않다.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가족 문제에 관한 모호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선명하고 산뜻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나 자신이 유독 갈등과 문제를 많이 가진 가정에서 자라왔던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가족’이라는 말이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느껴지는 답답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부부싸움, 말다툼과 오해, 부모 자식 간 의사소통의 문제 등 서로를 증오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상 시끄럽고 답답한 집안, 그게 우리 집이었다.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가족문제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부모의 모습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서 부모가 되는 데 있어 특별한 자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런데, 사실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과 성찰이 필요하다.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부당한 대우와 그로 인한 분노, 무력감 등의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서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준다. 그런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도 정신적으로는 어린이의 상태로 남게 된다.

부모의 정서적 열등감은 고스란히 자녀에게로 이어지고, 그 아이는 과거 자신의 부모가 저질렀던 잘못을 답습하게 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과거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특징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고, 여성 자신은 과거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 행동하게 된다. 반대로 남성은 과거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특징의 여성을 선택하고, 자신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불행한 가정의 아버지들은 대체로 폭력적이고, 어머니들은 지나치게 수동적이다. 이는 제대로 된 남성성과 여성성을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폭력적인 남성은 남성성이 넘치고, 소극적인 여성은 여성성이 넘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심각한 오해이다. 폭력적인 남성은 남성성이 넘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성이 결여된 것이며, 소극적인 여성은 지나치게 여성적이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남성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인간이 바람직한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루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남성적 속성에는 ‘논리적인 사고’, ‘육체적 강인함’, ‘실천력과 추진력’ 등이 있으며, 여성적 속성에는 ‘감성적 사고’, ‘따뜻함과 배려’, ‘정서적 민감성’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도 많은 자질들이 있겠지만 여성성이든 남성성이든 열등함이나 우월함과는 무관한 것들이며, 오히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자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들이 여성적 자질을 보인다거나, 딸이 남성적 자질을 보이는 것을 매우 경계하여서 아동들이 성별에 어울리지 않는 자질들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즉, 폭력성이 강한 것을 남성적, 수동성이 강한 것을 여성적인 것으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오해가 불행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가족의 심리학』은 이같은 이론에 근거하여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행동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가족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7가지 단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부부간의 욕구, 아이의 욕구를 아는 방법, 제대로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어쨌든 문제를 회피하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항상 좋기 때문이다.

책임을 다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의 욕구를 알기 전에 자신의 욕구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자기의 욕구를 외면하면서 아이의 욕구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신의 욕구에 책임지는 방법을 알아야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의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땅의 많은 부모와 자식들의 고단한 삶이 안쓰럽게 여겨졌다. 가족 문제로 마음이 답답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삶을 산뜻하게 바꿔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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