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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그레이 라인
  • 강연과 논문
  • 마르틴 하이데거
  • 25,200원 (10%1,400)
  • 2008-01-28
  • : 1,029

1. 만국의 인간이여, 사유하라

 철학 책을 읽다 보면 사유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그 놈의 사유란 무엇인가? 사유에 대한 가장 간단한 정의는 아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생각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특정 학문이나 과목에 대한 메타적인 생각을 말한다. 철학이 사유하는 것이라면, 철학은 일종의 메타 학문이라 칭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후기 철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부터 세상 사람들에게 사유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불행히도 하이데거의 저서는 소제목 패러디에 써먹은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마음 편하게 들여다보기를 시도할만큼 그리 달달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분홍색의 이 예쁘장한(?) 하이데거의 국역본에서 발견한 그의 독특한 기술철학을 생각하면 그 만한 가치가 가진다고 말하고 싶다.


2. 존재 망각 현상

 하이데거가 후기 철학을 설파하던 20세기 초중반은 세계 대전에 거쳐 눈부신 과학 발전을 이루던 시기이다. 당시에 비하여 다소 주춤하는 감도 있지만 오늘날 역시 과학의 시대라고 부를만하다. 따라서 그는 이 시대가 가진 문제점으로 사유가 부재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실마리는 그의 전기 철학을 대표하는 저서인 '존재와 시간'에서 이미 얻을 수 있다. 그는 거기서 사용 중인 도구에 대한 존재 망각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가 부각되는 것은 그 도구가 고장나거나 훼손될 때라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이 글을 노트북을 사용하여 작성 중이다. 보통 노트북을 사용 중에는 도무지 노트북에 대해서 큰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가 나는 혹시 노트북이 말을 안 듣는다면 비로소 여기에 불만을 가지면서 그 존재에 대해 인식할 것이다. 하이데거가 추상적으로 말한 해설은 바로 이와 같은 특징을 말한다. 


3. 무사유의 과학 기술 시대

 이를 좀 더 확장하면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인간은 더 이상 존재에 대한 고찰 없이 단지 도구로서 사물과 생명체를 바라볼 뿐이다. 지구의 모든 것들은 전부 가공해서 사용해버려 마땅하게 되버린 것이다. 그는 심지어 여기서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만든 철학의 부재를 찾는다. 헛된 이상에 눈이 먼 게르만 인들에게 타 인종들은 모조히 희생되고 파괴되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나는 이러한 생각이 21세기가 된 오늘날에도 조금씩 변형되어 아주 강하게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GMO식품이나 동물 생체 실험, 고래 불법 남획과 같은 생명윤리에서부터 열정페이, 갑질과 같은 인간경시사상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4. 진정한 공감의 연대를 위하여

 하이데거는 존재가 시(詩)적으로 속삭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처음 그의 언어를 따라 가다보면 얼핏 신변잡기처럼 들리지만, 나는 그가 공감을 위한 상호존중의 필요함을 강조한다고 본다. 인류의 역사는 공감의 확장을 통해 발전하였다. 인간은 서로의 견제를 통한 초기 국가 성립에서 어느덧 공동체를 상상하고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발명했다. 이제 인간은 지구촌을 꿈꾸며 한편으로는 인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동물권을 주장한다. 이처럼 공감은 라포(심리학), 사회적 자본(정치학), 신용 등급(금융) 등 다양한 학문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할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종종 공감을 잘못 이해하여 그것이 다른 사물이나 생명체에게 투영해야 할 헤게모니로 이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당사자의 지평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가 족같이'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남을 헐뜯는 행위부터 조직 내 집단 따돌림, 자신의 만족을 위한 학대 및 살인 등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부지기수이다. 서로를 존경하는 문화는 상대방의 지위나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서 우상으로 모시는 게 결코 아니다. 존재 하나만으로 서로 존중할만한 가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대화하기를 시도하는 삶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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