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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 움베르토 에코
  • 28,440원 (10%1,580)
  • 2009-12-04
  • : 9,142

1.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인식

 한국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상당한 인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25권으로 이루어진 마니아 컬렉션 세트까지 나왔을까. 자국의 유명 작가 중에서도 전집을 발간하는 경우가 드문 출판 현실에 견주어보았을 때 이를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인간 에코를 온전히 이해되고 있다는 생각은 잘 해보지 못 했다. 그것은 그가 너무나 광범위한 학문에 발을 걸치는 데에 비하여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 에코의 저작 중에서 장미의 이름이 가지는 위상

 그렇다고 딱히 내가 그를 잘 이해한다는 오만함을 가지고 싶지는 않다. 나는 다만 그의 학문 세계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소설 데뷔작인 장미의 이름을 통해 그의 생각을 엿보고자 한다. 장미의 이름은 앞서 말한 대로 그의 첫 소설이다. 대개의 소설 작가들은 첫 작품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조리 담아내기 마련이다. 에코 역시 그러한 경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미의 이름에는 그가 가장 익숙하고 잘 하는 탐정 소설, 패러디, 중세  배경을 사용한다. 이 점 역시 장미의 이름이 소설을 포함한 여타의 다른 저작들과 차별점을 보여준다.


3. 질서정연한 도서관과 같은 전개 방식

 장미의 이름은 진자의 운동마냥 하나의 시간 질서를 가지고 진행된다. 이것이 이야기를 단조롭게 만든다고 말하는 평자도 더러 있지만, 나는 그 짜임새를 즐기는 편이다. 그러한 특성이 시적으로 와닿고, 역설적으로 이와 상반되는 주제의식 역시 흥미롭다.


4. 에코의 문제의식

 에코는 누구보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여 과거에 기록된 고문헌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는 탐정이다. 그런 점에서 장미의 이름이 가지는 주제는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그가 말해왔던 거짓말하는 학문 즉, 기호학의 주제와 일치한다. 


5. 언어의 금자탑을 통해 상승하는 인류

 현대 사회는 천상으로 계속 상승하는 바벨탑을 쌓아오면서 발전을 이륙했다. 과학은 어느 때보다 눈부신 통찰력을 가지고 날씨를 예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기술 역시 인류 역사를 봤을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새로운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만은 않다.


6. 무너지는 바벨탑

 언어의 비밀 중에서 비교적 최근에야 밝혀진 것은 바로 언어가 가지는 허구성이다. 장미의 이름은 정말 장미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언어는 시각과 청각 더 나아가 기호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감각 센서로 감지하고 추론하는 정보이다. 결국 이러한 정보는 어쩔 수 없이 경로의존적인 측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탑을 아무리 높게 올렸봤자 인간은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인간은 주어진 것(=소여)의 신화를 품을 필요는 없다. 언어의 세계에서는 주어진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7.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

 가짜 뉴스는 특정 인물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짓 정보를 담은 뉴스를 지칭한다. 그러면 진짜 뉴스는 도대체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그것은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된 가짜 현실이다. 물론 우리는 생활에 필요하기 때문에 기꺼이 뉴스를 시청하고 거기에 대해 논의한다. 그러나 이것을 아무런 반성의 관찰 없이 현실과 완벽하게 동일하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8. 이름에 대한 집착은 비극을 부를지니

 소설 속에서 장황하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사라졌다고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 있다. 언어의 세계에서 그것은 분명 편재되어 있다. 하지만 지칭할 수 있는 사물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막연한 신념 내지는 기복 미신에 불과하다. 에코는 언어의 반실재성을 이 소설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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