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지상에 있다면, 수학은 우주의 검고 광활한 공간을 떠돌고 있다.
그만큼 땅바닥을 딛고 사는 우리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학생들은 수학을 대할 때마다 괴롭다.(나도 괴로웠다. 지금은 안 괴롭다. 왜냐면 수학을 대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수학이 우주에 있다면, 수학에서 쓰는 말들은 당연히 우주인들이 하는 외계언어다.(그럼 ET가 하는 말?)
그러니 소통이 힘들다.(ET처럼 검지손가락이라도 맞대야 하나?)
근데, 요즘 수학은 외계의 언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기야 1950년대(?)부터 외계인이 지구에 식민지를 건설했다고 하는 그런 주장이 제기되는 마당에 외계인과 소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몇권의 일본, 서양의 수학책을 읽고 느낀 바다.(왜 우리나라에는 없는 거야? 물론 있다. 몰라서 그렇지..)
수학이 외계의 언어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수식과 공식에는 모든 것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숫자만 해도 수천년의 인간 사고의 발자취와 흔적이 남아 있고, 공식에는 수많은 학자들의 생각, 사회의 문화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래프에는 철학과 미학적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수학교과서에는 수와 공식에 포함된 사회문화체계, 그래프에 담긴 철학과 아름다움이
<생략>되어 덩그러니 놓여있다. 지구로 불운하게 날아들어온 운석처럼 말이다.
그 개념과 공식, 수와 그래프의 역사와 철학과 미적 아름다움을 추적하다 보면
그때 우리는 수학이 바로 인간의 언어라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느낄 것이다.(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올드보이>의 유지태는 이런 말을 한다.
"왜 자꾸 틀린 질문을 하면서 올바른 정답을 찾으려고 해.(비아냥거리는 말투) 그러면 답이 나오나. 자꾸 틀린 답만 나오는 거지"
"수학은 왜 이리 어려운 거야?"
그간 내가 해왔던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한참이나 틀린 질문이다. 그러니 어려웠을 수밖에.
數에 담긴 사상과 역사와 공식에 담긴 원리를 알아가다 보면 자연 수학은 어렵다기보다는 재미있는
그런 학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우주에서 지상으로 귀환할 필요도 없고, 외계인과 손가락을 맞대고 <가슴으로> 소통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수학이 인간의 언어라는 것을 수학에 담긴 역사와 사상과 예술정신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수학 공식은 유구한데, 내 머리는 삐그덕거려 이 책에 나와 있는 공식과 수식이 잘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역시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나오면 우회하거나 건너뛰면 된다. 이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배운 삶의 지혜다.(삶의 지혜는 언제나 시간이 흐른 뒤에만 오는 법인가 보다)